씨네21
검색여자들끼리의 우정은 두번 큰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첫번째는 결혼할 때.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우정의 무덤이라는 속담이 더권위있다. 그런데 여기에 일대 반전의 계기가 찾아오니, 그게 바로 육아 가 시작될 무렵이란다. 그때부턴 초미의 관심사가 일치하기 때문에 학교 때보다도 더 친해진다고. 육아와 함께 다시 우정이 회복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혼을 앞뒤로 친구관계가 불안해지는 건 동서양이 마찬가진가 보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선보인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의 데뷔 작 (워킹 앤 토킹)은 어려서부터 매우 친했던 두 여자가 결혼을 앞두고 겪는 심리적 변화와 우정의 새로운 국면을 그린다. 아멜리아는 곧 결혼해서 자신을 떠날 로라를 대신해줄 남자친구를 찾기에바쁘고, 결혼을 앞둔 로라는 갑자기 뭐가 아쉬운 듯 새로운 남자들에 관 심을 갖기 시작한다. 결혼을 앞둔 여자의 불안과 그렇지 못한 여자의 불 안. 30을 전후로 여자들은- 그리고 남자들도? - 왠지 불안하게 마련인데,홀로프세너 감독은 이런 심리를 입담좋게 그려냈다. 대단한 스케일있는 장면이 펼쳐지거나 화려하고 기발한 사건이 터지는 영화는 아니다. 시덥잖지만 현실적인 대사와 일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전개되는 독특한 드라마.
로라와 아멜리아는 어릴 적부터 사귀어 온 절친한 친구다. 뉴욕에서 두 여인은 커리어우먼으로 경력도 쌓는다. 그런데 둘을 갈라놓는 결정적인 사고가 생겼다. 로라가 결혼을 결심한 것이다. 홧김에 데이트에 나선 아멜리아 역시 내키지 않는 비디오가게 점원과 데이트를 한다. 로라는 점점 결혼에 싫증을 내고 그에 반해 아멜리아는 주위의 남자들이 점점 더 멋있어 보인다. 둘의 우정은 계속될 수 있을까. 선댄스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워킹 앤 토킹>은 신예 여성감독 니콜 홀로프세너의 데뷔작이다. 복잡한 여성심리에 초점을 맞춰, 여성의 정신적인 문제와 삶에 대한 해학과 풍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특히, 로맨틱한 사랑의 환상을 일깨워주는 대목들은 눈여겨 볼 만하다. 뉴욕을 배경으로 빠른 대사와 코믹한 언어들을 풀어내는 감독의 재능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익숙한 탓에 좀 식상하기도 하다. 찬찬히 풀어가는 감독 화술에 초점을 맞춰야 흥미로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