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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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모델 (1991)
청소년 관람불가
240분 드라마
<누드모델>의 주인공인 화가 프레노페르는 ‘피’가 들어가 있는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며 오랜 세월 붓을 놓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기본적인 상황만 놓고 본다면, 어쩌면 그는 예술적 자의식의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흔한 예술가 영화의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이다. 그러나 리베트는 그런 주인공을 스크린에 가져오면서도 고통과 환희로 가득 찬 내면을 작품에 쏟아붓는 예술가(영화)의 클리셰를 단호히 거부한다. 발자크의 소설 <미지의 걸작>을 끌어들이면서 리베트가 착상한 것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왈가왈부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에 아주 가깝게 다가가는 영화였다. 영화는 프레노페르가 자기 그림의 모델로 적합한 젊은 여자를 만나고는 그녀를 캔버스 앞에 세우고 ‘필생의 걸작’이 될 그림을 그려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리베트가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은 예술적 창작이라는 것도 육체를 쓰는 인간의 행위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프레노페르가 그림을 그리며 손을 움직이는 그 행위, 그때 생겨나는 소리를 스크린 위에 세심하게 포착해내려 한다. 한편으로 리베트는 창작의 행위가 동떨어진 세계 위에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과 긴장하고 갈등하며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창작의 과정을 둘러싸고 다채로운 인간 감정의 드라마가 생겨난다. 그러니 <누드모델>에 대해서 무려 네 시간 동안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불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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