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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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2004)
청소년 관람불가
98분 범죄
폭풍우가 내리치는 밤. 피 묻은 어머니의 시신 옆에 쇼크 상태에 빠진 소녀가 발견된다. 젊고 아름다운 정신과의사 베아트리체는 최면요법으로 유명한 한 요양소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마을과 한참 외떨어진 이 요양소에서 가장 먼저 그녀의 눈에 들어온 환자는 바로 폭풍우가 있던 밤의 그 소녀. 베아트리체는 그녀를 돕고 싶었지만 어느 날 소녀가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면서 소망은 사라진다. 한편 기억상실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 미구엘은 치료 중 소녀가 자살한 것이 아니며 그녀 자신도 조심하라는 말을 전하는데, 의심에 찬 베아트리체는 이 요양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미구엘을 상담 치료하던 중 급격히 불안정해진 베아트리체의 심리는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면서 더욱더 혼란으로 빠져 들어가고... 죽음에 대한 예견과, 죽은 자들의 비밀을 숨기고 있는 요양소의 굽어진 복도, 그리고 새로운 환자의 죽음. 미구엘은 이제 베아트리체를 다음 죽을 차례로 지목한다. 이 광기와 공포에 휩싸인 요양소를 빠져나갈 출구조차 발견할 수 없는 베아트리체는 이제 의사가 아닌 환자로 취급되어 감금된다. 베아트리체는 이전의 환자들처럼 자살로 위장된 희생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모든 비밀을 간직한 이 요양소는 왜 베아트리체를 고용한 것일까? 제임스 맨골드의 <아이덴티티>나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에서는 현실과 환상, 아니 현실과 망상의 중첩이 만들어내는 미스테리를 정신병리적인 해석으로 풀어나가고 있었다. 이 영화 역시 포진된 미스터리의 요소들이 반전에 반전을 더하며 관객의 시점을 흐리다가 병리적인 현상으로 빠져버리는, 얄밉지만 영리한 꾀를 쓰고 있다. 미스터리에 긴장감을 너무 둔 나머지 무거워져 관객을 피곤케 하는 점이 아쉽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소재의 스페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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