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검색인간이 못보는 미지의 세계를 펼쳐보이 는 카메라의 힘과 관련해 (마이크로코스모스)만큼 적절한 예를 찾기도 힘들 것이다. 조그만 웅덩이에 모여든 개미들이 물 한방울을 힘겨운 듯 들고서 목을 축이고, 나방 애벌레들이 일렬로 나란히 줄 지어 꿈틀대며 행진하고, 촉촉한 이끼 위에서 슬그머니 다가선 두 달팽이가 사랑을 나누고, 쏟아지는 비 한방울 한방울이 이들에겐 폭포수의 크기로 다가온다. 그런데 곤충의 세계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지극히 겸손해서 인간의 세상이 곤충보다 별로 우월할 게 없다는 깨달음으로 관객을 이끈다. 생물학자 출신의 클로드 누리드사니와 마리 페레누 감독은 이 작품으로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았다.
아니, 곤충들의 세계가 이렇게 황홀할 수가?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곤충들을 주인공으로 \\\"초원의 하루\\\"를 촬영한 다큐멘터리. 경건하고 때로 비정한 자연의 법칙은 우리를 일순 침묵하게 만든다. 영화가 시작되면 카메라는 구름으로부터 초원까지 급강하한다. 여기서 이름모를 수많은 벌레들의 희로애락과 생존경쟁이 펼쳐진다. 두마리의 달팽이가 이끼로 만든 침대 위에서 뒤엉키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방애벌레들은 줄지어 행군을 벌인다. 그리고 마른 땅에선 다른 벌레가 열심히 제갈길을 간다. 그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예상외로 너무나 작고 하찮은 것들이다. 커다란 고무풍선 모양의 이슬방울은 곤충들의 앞길을 턱 하니 가로막고 빗방울의 추락은 거대한 폭탄세례와도 같다.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3년이라는 오랜 기간 촬영된 작품. 확대경으로 들여다본 곤충들의 세계는 마치 인간세상의 축소판 같다. 거기엔 치열한 경쟁이 있으며 번식과 폭력이라는 자연의 기본섭리가 녹아 있다.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96년 칸영화제 기술상을 수상했으며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기도 하다. 특수장비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소우주를 멋들어지게 촬영한 감독들은 \\\"다른 종처럼 곤충들도 하루하루 생의 장애물과 운명의 질곡들을 직면하는 생명체\\\"라고 설명한다. 최근작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에 비교하자면 (마이크로 코스모스)는 인간들의 발밑에서 꼼지락거리는 벌레들이 등장하는 진짜 \\\"곤충의 삶\\\"이며, 걸작 다큐멘터리다. / 씨네21 183호 TV
- 사마귀, 벌, 무당벌레, 개미, 잠자리, 소금쟁이, 물거미, 사슴벌레, 나비, 귀뚜라미 등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작은 풀숲에 사는 수십가지의 곤충들을 담은 논픽션영화. 이 작고 예민한 이웃들을 필름에 담아내기 위해 연구와 촬영에 각각 들인 15년과 3년의 시간, 그리고 실제 영화 길이의 40배 정도인 80km에 달하는 필름이 소요되었다. 칸영화제에서 기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미세한 세계도 인간의 드라마만큼이나 감동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씨네21 222호, TV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