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1977)
|88분|공포, 코미디
하우스
청춘영화 오노미치 삼부작인 <전교생> <시간을 달리는 소녀> <외로운 소녀>로 유명한 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일곱명의 여고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이해 멤버 가운데 한명인 오샤레의 이모 집으로 여행을 가서 겪는 기이한 사건들이 영화의 줄거리다.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내용 같은데, <하우스>는 관객이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비슷한 색깔을 찾을 수 없는 자기 개성과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다. 2001년에 <악마가 머무는 집>으로 한 차례 리메이크되었지만, 오리지널에서 경험한 놀라운 체험들을 다시 재현하기란 역부족.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 짬뽕 영화의 극한을 보여주듯이 <하우스>는 무성영화에서 호러, 코믹, 로맨스, 판타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예측불허의 상황들을 폭포수마냥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리고 한편의 뮤직비디오풍의 영상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두 가지 생각이 교차된다. 마치 마음 내키는 대로 제멋대로 만든 영화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철저한 계산을 염두에 둔 일종의 모진 실험영화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영화 배경의 대부분은 그림이 차지한다. 여고생들이 기차나 버스를 타고, 또 시골길을 걸어가는 순간에도 배경에 있는 기차역이나 빌딩, 푸른 하늘에 떠 있는 솜사탕 같은 구름들, 시골길들은 죄다 그림이다. 화면에서 조금만 거리를 두고 있어도 실사화면을 보기 힘든 것이다. 그냥 보기에도 손으로 그린 그림임이 한눈에 드러나지만 감독은 그런 것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듯, 이를 끝까지 고수한다. 근데 이런 것은 <하우스>에서 평범함 것에 속한다. 오샤레 이모가 사는 집은 그 자체가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집 안에 있는 여러 소품들 역시 그 혜택을 고스란히 받는다. 즐거운 여름방학 여행을 온 여고생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하나둘씩 죽임을 당한다. 불타는 장작귀신과 우물귀신, 영화를 보는 이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인 해골귀신의 황당한 댄스는 차라리 애교 수준이며, 침대 매트리스가 발광을 하며 여고생을 패죽이거나 그랜드피아노가 소녀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등의 무한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에 질세라, 여고생 캐릭터들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팬티만 입고 대적하는 쿵후 소녀처럼 톡톡 튀는 캐릭터의 개성들이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사람을 잡아먹는 살아 있는 집과 여고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하우스>는 요절복통이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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