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주의 (2006)
|19분|단편 영화
취급주의
사랑을 택배로 부친다면 ‘취급주의’라는 표시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부서지기 쉬운 사랑의 표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찰나를 그리고 있다. 늦은 밤 이별을 고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말한다. “물어보자, 왜 너랑 사귄 남자는 하나같이 개새끼 취급을 받는지. 그게 내 잘못인지 네 잘못인지.” 다음 장면은 어느 부부의 아침. 아내는 배려심이 깊은 남편을 자랑스러워하고, 남편은 순종적이고 따스한 성품의 아내가 사랑스럽다. 영화는 첫 장면에 나온 여자가 남편의 전 여자친구라는 과거형의 우연을 지나, 모든 사랑은 결국 이별을 향해 돌진해가며 이 부부 역시 그럴 것이라는 미래형의 필연에 이른다. 그 과정은 또 어쩔 수 없이 잔인한 상처를 수반한다. 특히, 왜 자신과 헤어졌냐고 묻는 여자에게 지금은 결혼한 전 남자친구가 “너, 사람 숨막히게 한다”며 “그런 너와 헤어지고 아내를 만났으니 한편으론 참 고맙다”는 말을 신랄하게 내뱉을 때, 헤어진 사랑의 날카로움이 스크린 밖의 관객까지 베어버릴 듯 차갑게 다가온다. 여자의 예민함과 남자의 무심함, 그로 인해 미묘하게 변해버린 일상의 공기를 실감나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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