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퍼 (2000)
|94분|드라마, 범죄, 전기
차퍼
어느 사회든지 전설적인 범죄자의 명단을 갖고 있다. 그들은 언론의 헤드라인을 가장 선정적으로 장식하기도 하고,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기도 하고, 영화나 소설의 가장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차퍼>는 바로 그런 인물에 대한 가장 드라이하면서도 가장 파워풀한 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차퍼(자르는 사람)’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잔인하고 폭력적인 충동에 사로잡힌 마크 리드는 범죄 행각을 통해 사람들에게 숭배 받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 인물이다. 멜버른의 한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다른 죄수들과 잔혹한 파워 게임을 벌여나가지만, 추종자를 얻기는커녕 점점 더 경원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가장 친한 지미에 의해서도 공격 받게 된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그는 한 동료를 부추겨 자신의 귀를 베어버리게 한 후, 다른 감옥으로 이감된다. 석방된 이후에는 마치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처럼 인간 쓰레기들을 소탕해야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채로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처럼 사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면서 세상과 불화하던 그는 다시 감옥에 가게 된 후, 타고난 이야기 실력을 발휘하여 자신의 삶과 범죄행각에 대한 책을 쓰게 되면서 명성과 부, 호주 사회의 전설적인 범죄자라는 지위를 얻는다. 영화는 물론 주인공의 심리와 행위에 철저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개입하는 법 없는 관조적인 카메라 앵글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사회학적인 포착 그리고 선과 악 같은 이분법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통해서 한 범죄자의 초상을 섬뜩하리만치 냉정하게 그려 나가는 동시에 그에게 열광하는 사회와 사람들이 그를 소비하는 방식을 은연 중에 비판한다. (주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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