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거리 (1998)
|100분|드라마
행복의 거리
*리샤오홍(李少紅) 감독은 알려진 대로 제5세대에 속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여류감독으로 (붉은가마) (홍분) 등의 작품이 베를린영화제에서 각기 금곰상과 은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이렇게 유명한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실 그녀의 작품들에서 큰 감명을 받은 바는 없었고, 오히려 중국의 전통과 역사를 소재로 서구인들의 눈길을 끄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행복의 거리)에 대해서도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사람의 신뢰할 만한 친구들이 이 영화를 꼭 보라고 권고했고 좋아한다고까지 말했으므로 여차저차 감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영화는 중국 내에서 "신구 질서와 가치관"이 갈등하는 현실적 시대상을 배경으로, 미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해 사회적으로 처져가는 구시대적 인물군의 현황을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담담히 전달하고 있는 수작이었다. "개방과 개혁"으로 중국의 사회주의는 현재 심각한 변질을 경험하고 있으며 금전만능주의 신화와 체험들이 그들을 혼란으로 밀어넣고 있기에 이전 시대의 사상적 순결함은 비웃음을 살 만한 맹목성으로 그 가치가 떨어져버렸다. 문득, "변화의 속도는 너무나 빠르고 나만 멈춰서 있다. 는 속았다"라는 비극적 정서를 사회주의 대중적 표현양식으로 환원한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첫 장면은 살찐 돼지의 배를 갈라 가공하는 일련의 느린 동작들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곳은 영화의 주인공인 홍광(紅光)이 일하는 공장으로 전통적인 사회주의식 관념으로 본다면 아주 신성한 곳(생산현장)이다. "혐오감과 신성함"이라는 이중적 심리상태와 갈등을 첫 장면부터 은근한 암시로 구사하더니 리샤오홍은 극중 홍광의 남편인 류스제(劉世杰)의 실직 문제를 건드리면서 고용을 보장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하의 사회현실을 비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과 직장이라는 크고 작은 사회를 지탱해나가는 가장 튼튼한 뿌리로 홍광이라는 여성을 묘사하면서 중국의 수많은 보통 여성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녀가 변했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전통문화와 개인과의 갈등이라는 주제 아래 여성의 불우한 운명들을 즐겨다루던 리샤오홍이 아주 소박하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중국의 특수한 현대성을 포착하고 드러내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의 거리)(紅西服, 1998, 원작: 幸福大街)에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인민의 당혹감"뿐 아니라 그에 대한 리샤오홍 감독의 안타까움과 신뢰가 담겨 있어 개인적으로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그녀의 다른 작품들보다 이 작품이 더 좋다고 느꼈다. 이 영화는 평범한 이야깃거리와 일상에서 드러나는 익숙한 이미지들을 통해 중국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은유적으로 고발한 현실주의 풍격의 작품으로, 특히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된 주인공, 홍광의 내면독백과 면면은 우리에게 중국의 전형적 여성 노동자상 및 현실생활에 대해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성희/ 서울여성영화제 선정위원 [씨네21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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