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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지나 또는 스위스의 종말 (1999)
108분 코미디
# 비밀은행과 영세중립국을 유지하면서 완벽한 민방위체제를 자랑하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의 진보적 영화감독이자 연극.오페라 연출가 다니엘 슈미트는 '조국 스위스'의 허위와 오만을 '이리나'라는 러시아 불법이민 매춘부를 등장시켜 비판하고 풍자한다. 스위스 극작가 뒤렌마트를 연상시킬 만큼 맵고 지적이지만 유쾌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 / 한겨레 19991008
# 다니엘 슈미트는 70년대부터 활동한 유럽의 저명한 감독이다. 일찍이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친분을 튼 데서 알 수 있듯이 슈미트는 70년대의 좌파적인 태도와 전복적인 영화언어에 대한 자의식을 지닌 감독이었다. 슈미트의 (베레지나 또는 스위스의 종말)은 이제는 장년이 된 감독이 보여주는 유럽예술영화의 한 탈출구 같은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스위스의 정치체제에 대한 통렬한 비난을 담고 있지만 정색을 한 비판이 아니라 이리저리 부조리극처럼 꼬인 구성으로 관객의 의표를 찌르는 상상력을 담고 있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으며 어느 순간에 재치있는 답을 내놓고 시치미를 떼는 스타일이다.
(베레지나 또는 스위스의 종말)의 주인공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이리나다.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은 이리나가 스위스에서 출세한 줄 알고 있지만 사실 이리나가 하는 일은 상류계층을 상대로 하는 고급 매춘부이며 때로는 유치한 성적 퇴행에 몰두하는 인간들을 위해 태연하게 연기를 하기도 한다. 이리나는 스위스에서 추방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정부전복 음모에 가담하지만 스위스 국가가 처한 운명과 함께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는다. 처음부터 기발하게 시작하는 (베레지나 또는 스위스의 종말)은 한순간도 진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배경에 진지하고 심오한 세상에 대한 풍자와 회의를 깔고 있다. 심각하지 않은 시대를 진지하되, 부담없이 돌파하기 위한 유럽영화의 한 예가 될 만한 작품이다. / 씨네21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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