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2012)
15세이상관람가|45분|다큐멘터리
흔적
어려서 부모님과 헤어지고 할머니 손에서 자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이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보내는 이별과 기억의 기록이다. 든든하게 어린 시절을 지켜주던 할머니 역시 세월 앞에 서서히 삶의 기운을 잃어간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머니의 마지막 날들을 기록해 나간다. 그러나 그 기록은 절망과 슬픔의 기록이 아니라 할머니가 살아오신 삶을 완성하는 기록이다. 할머니의 마지막 나날은 먼지 묻은 오래된 사진과 빛 바랜 가족 영화에서 인자하고 수줍은 미소를 짓는 할머니의 모습과 겹쳐진다. 감독의 어린 시절이 할머니로 인해 따듯했듯이 그녀의 자녀들의 어린 시절도 할머니로 인해 더 충만해진다. 영화의 원제인 “Chiri”는 먼지라는 뜻이다. 사그러져 가는 무상한 삶을 의미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공기 속에 부유하며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삶과 공존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몸은 함께 있을 수 없지만 늘 곁에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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