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슈미트케 씨는 풍력발전소 엔지니어다. 어느 날 나이든 자신처럼 삐걱대고 신음하는 낡은 풍력발전용 터빈을 수리하기 위해 오레 산맥에 있는 한 마을에 파견된다. 스스로의 나이를 실감할 때쯤 그의 동료가 실종되고 숲에서 불가사의한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미스터 슈미트케>는 공간의 상징성과 사운드 효과를 잘 살린 뛰어난 첫 장편이다. 특히 늘 중얼거리듯 말하는 주인공은 영화 초반부터 대사나 스토리보다 사운드 자체와 분위기 형성에 주력하는 연출의 방향을 시사한다. 그래서인지 무성영화나 자크 타티를 떠올리게 만든다. 한편 숲은 영화의 지배적인 공간이다. 초반에 전제로 깔리는, 숲으로 도망쳤다는‘ 곰인간’의 존재에 이어, 주인공 슈미트케가 체코에 위치한 안개 싸인 마을에서 하룻밤 묵게 될 때 숲의 존재감은 절정에 이른다. 초록의 미로로 진입한 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인물의 상황이나‘ 살아움직이고 성장하는 숲’ 이라는 이미지는 장르영화의 단골 장소인 숲의 상징성을 연상시킨다. 유머와 수수께끼로 가득 한 작품으로 독특한 분위기와 미스터리를 끝까지 이어가는 연출력이 뛰어나다. (이수원_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