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중년 여인이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깨닫지만, 여전히 변화하지 않는 현실과 맞부딪히는 여성영화.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하는 링에게는 중국본토로 일하러 떠난 남편과 집을 나간 딸이 있다. 그녀는 짬짬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어머니를 돌본다. 어느 날, 시어머니 옆 병상에 눈을 크게 다쳐 앞을 보지 못하는 중증환자가 입원한다. 안쓰러운 마음에 그를 도와주던 링은 점점 그에게 마음이 이끌린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미묘한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외로운 처지가 오로지 운명 때문이라 믿었던 링이 남편과 딸의 무관심과 배신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분노하고, 병상의 남자를 돌보면서 그 동안 잊혀졌던 여성으로서의 욕망을 깨닫게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그녀가 감정이 살아있는 인간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비록 그녀의 주변 환경이 전혀 변화하지 않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드리운 굴레를 벗어나려는 용기를 갖게 된다. 링 역을 맡은 천샹치에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김지석/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