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2015)
|37분|다큐멘터리
24
스물 넷, 나는 벼랑 끝에 서있었다. 글이 써지지 않았다. 공연을 하기로 했던 작품도 미처 끝맺지 못하고 있었다. 내 바닥을 박박 긁어도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나씩 차근차근 돌이켜보았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학교를 네 번이나 떨어졌던 일, 영화과를 가서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느껴 스스로 자퇴를 하고 나온 일, 중요한 공모에서는 모조리 다 낙방을 했던 일... 난 이토록 쓰는 일에 재주가 없는데, 왜 나는 지금까지 쓰는 일을 한 거였지? 의문이 생겼다. 엄마. 처음 나에게 글을 써보라고 했던 사람, 글을 잘 쓴다고 글을 쓰는 작가가 돼보라고 한 사람, 글로 먹고 사는 일, 글로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을 해보라고 한 사람. 그 사람이 엄마였다. 난 결국 내가 원하던 삶을 살은 게 아니었다. 그 잘난 엄마. 엄마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난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엄마를 찍겠다며 춘천으로 향했다. [제 15회 인디다큐페스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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