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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만단테 (2003)
99분 다큐멘터리
올리버 스톤이 “피델 카스트로? 그는 누구인가?” 이 물음 하나로 만든 장편다큐멘터리영화. “2002년 2월 우리는 쿠바 아바나에서 피델 카스트로를 사흘간 인터뷰했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30시간의 인터뷰라는 기본재료만으로 만들어진 99분짜리 영화이지만 격렬한 리듬의 편집과 불꽃 튀는 대화로 가득 차 있어 지루하기는 커녕 숨돌릴 새가 거의 없다. 영화는 마치 MTV 영상처럼 스타일리시하게 촬영된 인터뷰 화면과 내용에서 ‘자유연상’될 만한 참고자료 기록화면들의 기가 막힌 편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면 만보계를 차고 집무실을 걸어다니는 카스트로의 발을 찍은 화면과 농촌 순방길에 올랐던 젊은 시절 카스트로의 발을 찍은 옛 뉴스화면이 연이어 보여진다거나, 게바라의 죽음을 돌이키는 카스트로의 눈매를 비춘 화면을 혁명 당시의 게바라 ‘동영상(!)’으로 연결시킨다거나 하는 식.
[JFK] 영화 얘기를 하며 카스트로가 ‘왜 움직이는 차를 대상으로 한 단발 암살이 불가능한가’를 역설하는 대목에서는 케네디 암살 기록화면이 삽입되기도 한다. 체 게바라에서 에바 페론, J. F. 케네디까지 다양한 역사적 인물들의 자료화면들이 “사람도 거북이처럼 200년을 살면 좋겠다”며 웃는 건장한 노부 카스트로의 현재 화면과 춤추듯 교대하며 등장하는 동안, 영화는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 노래와 아프로 큐반 재즈 음악을 곁들이며 보는 이를 올리버 스톤 특유의 논쟁적인 담론 속으로 몽롱히 빠져들게 만든다.
카스트로에 대한 영화이지만, 그리고 지금까지 알려진 카스트로의 이미지를 부정하는 영화이지만, [코만단테]는 그 이상이다. ‘카스트로가 진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스톤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그저 “그렇다. 내가 독재자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독재자라는 게 무엇이냐?”라고 자문하는 카스트로와 그가 전하는 야사들,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서,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로서의 그의 면모, 아직도 무한한 환호를 보내는 쿠바 시민들의 모습 등을 보여주며, 스톤은 ‘당신이 알고 있는 역사가 반드시 진실일까?’라는 물음을 던질 뿐이다. 어떤 평가도 판단도 자제한 채, 단지 접근이 금기시돼 있던 어떤 정치적 인물의 방에 들어가 그곳을 구경시켜줄 뿐인 이 영화는, 그 질문 하나로 강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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