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활동 (2003)
청소년 관람불가|21분|단편 영화
생산적 활동
시선이 잘 미치지 않는 도심의 으슥한 곳만을 출몰하며, 발견될 때마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바퀴벌레만이 아니다. 여기, 주머니 사정 팍팍하고 시간 쫓기는 창노와 송이 같은 연인들도 그렇다. 선거 벽보 문구에도 엉뚱하게 몸이 동하고 아이들이 써놓은 낙서에도 달아오르는 이들, 그러나 당최 묵은 회포를 풀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계단에서, 골목 어귀에서, 그리고 심지어 화장실에서까지 뒤엉키는 연인을 떼어놓는 어색한 헛기침과 민망한 눈길들. 하지만 여관 가기엔 돈이 없고, 비디오방 들어가기엔 찜찜하다. 다시 보다 으슥한 곳으로 움직이려는 이들의 동선이 미소를 자아내는 가운데, 곁으로 공사판 먼지를 숨기기 힘든 도시의 주변부가 무심하게 흘러간다. 씁쓸하게 웃겨주는 인간생태보고서 플러스 동네에로무비? 하지만 영화는 더 나아간다. 참다 못해 당도한 곳은 문이 열린 빈집, 마침내 이들이 가택침입을 불사하고 섹스에 몰두하는 동안 과일 사러 나간 집주인 아줌마가 스릴러적 교차편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문이 열리고 이들의 열의어린 퍼포먼스를 주인 아줌마가 숨죽여 훔쳐보는 순간, 범인이 바뀌는 전복의 코미디,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훈훈한 미담, 혹은 모든 인간사의 비루함을 섹스로 껴안는 종교영화로 승화된다. 엔딩 크레딧 위로 싸이의 노래가 흐르기 전까지는. “인생 즐기는 네가, 챔피언.” 그러니까 사실은 모두가 장난이다. 그러나 이처럼 리듬으로 벌이는 장르의 장난이, 단순한 이야기를 인생의 우화로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좀 담백하지 못한, ‘위트를 위한 위트’라는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글: 김종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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