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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인생 (1996)
92분 드라마
홍콩 반환을 앞두고 노부부 Chan 일가는 둘째 딸이 정착해서 살고 있는 호주로 이민을 간다. 둘째 딸 빙(애니 잎 분)은 일찌기 호주로 이민와서 자수성가 했지만 아직도 호주의 문화와 사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방어적이며 부정적인 태도를 매사에 보인다. 두 아들들이 비교적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나가는 반면 Chan 부부는 모든 일에 서툴고 어색하기만 하다. 한편 큰 딸인 옌은 독일에서 독일인 남편과 딸과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다. 호주 영주권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아직 홍콩에 머물고 있는 큰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홍콩을 떠나기 전 조상의 묘를 영구한 장소에 이장하고 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이장을 마친 날, 캐나다 교포인 새로 사귄 여자친구가 임신 중절수술을 하자 그 태반을 앞마당에 묻으며 오열한다. 호주인이 되기 위해 홍콩에서의 문화와 습관들을 모두 버리는 한편 호주의 자연과 사회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 더욱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강요하는 빙과 가족들의 마찰은 더욱 심해지기만 한다.
감독 클라라 로우는 홍콩계 호주인으로 런던과 시드니에서 영화수업을 마쳤다. 늘 중국계 이민자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온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로카르노 영화제 금곰상에 빛나는 “가을의 달 (Autumn Moon)”과 장만옥 주연으로 천안문 사태를 다룬 “안녕, 차이나 (Farewell, China)”가 있다. 홍콩 반환을 앞두고 제작된 이 작품 “떠도는 삶”에는 불안한 홍콩의 미래가 싫어서 조상들의 묘지마저 버려둔 채 전세계 곳곳으로 흩어져 떠나는 홍콩인들의 고달픈 삶이 잘 묘사되어 있다.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매 순간 느끼면서 괴리감을 극복해 나가는 것, 그래서 결국에는 그 문화적 차이의 서먹함과 충격에서 벗어나 가족간의 유대를 강화하며, 이 괴리감과 타협해 나가는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냐고 클라라 로우는 묻는다. 유행병처럼 이민을 꿈꾸는 한국 중장년들에게 강력히 추천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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