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97년 선댄스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일요일)은 희망없고 권태로운 일상에 지쳐 있는 두 중년 남녀의 하룻동안의 만남과 감정의 흐름을 차분하게 담아낸 작품. 뉴욕 퀸즈의 어느 겨울 오후, 빈민구호소에 머무는 올리버는 길을 걷다가 커다란 화분을 든 마들렌이란 여자를 만난다. 과거에 여배우였던 마들렌이 그를 언젠가 영화제에서 만난 감독으로 오인해 인사를 한 것. 올리버는 얼떨결에 감독행세를 하게 되고 마들렌의 집에 초청된다. 올리버는 새로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마들렌의 요청에 빈민구호소에서의 자신의 일상과 바라는 삶의 모습을 섞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끊임없이 교감하고자 애쓰는 두 사람의 노력은 올리버가 빈민구호소에 서 산다는 것이 밝혀진 뒤에도, 마들렌의 전 남편의 방해에도 계속된다. 하지만 실제 감독이 아닌 올리버와 환상 속에 자신을 묶어두려는 마들렌 의 관계는 현실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사랑에 다다르기 위한 지난한 하루의 여정은 서글프게 막을 내린다. 고단하게 이해와 사랑을 갈망하는 소외된 이들의 관계를 감독은 거리의 가수, 다리 위의 부랑자들이 앙상하게노출되어 있는 냉랭하고 한산한 뉴욕의 겨울거리를 배경으로 냉정하게 담아낸다. (일요일)은 두 중년 남녀의 소외감과 부랑자들의 공허한 절망감 이 그대로 투영된 도시의 일요일을 그려냄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두터운 벽과 단절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