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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라수마나라, 몰아볼까?] 살짝 ‘유치’해도(×) 위로받기 원하면(○)
2022-05-26
글 : 한겨레제휴기사 (한겨레 신문 제휴기사 등록)

[한겨레]

지난 6일 공개한 판타지뮤직드라마 뮤지컬 가미…한국 반응 약했지만, 인도서 인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는 지난 5월 6일 6회가 모두 공개됐다. 현실의 고단함과 비루함에 힘들어하는 주인공 윤아이(최성은)가 문을 닫은 유원지에 사는 정체불명 마술사 리을(지창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음악을 섞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다. <목욕의 신> 등으로 유명한 하일권 작가의 원작 웹툰을 김민정 작가가 집필하고 <이태원 클라쓰>를 연출한 김성윤 감독이 연출했다. 공개 당시 한국에서 생각보다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인도에서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판타지에 음악을 섞은 시도는 어떨까. 이참에 다시보기를 해야 할까? 평가단이 대신 몰아봤다.

넷플릭스 제공

정덕현 평론가 판타지 장르에서 뮤지컬 요소를 더한 것이 묘수다. 하늘을 날거나 마술이 마법처럼 변하는 광경에 음악이 더해져 훨씬 자연스럽다. 구멍 난 스타킹을 신고, 남은 음식을 챙기는 등 가난 때문에 힘겨워하는 윤아이의 현실은 다소 신파적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그 앞에 나타난 마술사와 나일등 같은 캐릭터들이 뒤집는다. “당신은 마술을 믿습니까”라고 묻는 마술사는 아이 같고, 한참 꿈꿔야 할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윤아이는 어른 같다는 게 비교 점을 만든다. 부모를 잘 만나 일등만 하지만 윤아이를 좋아하고 돕는 현실적인 나일등은 어른과 아이를 반반 섞어놓은 듯하다. 이렇게 선명한 캐릭터들이 엮어가는 꿈과 현실, 마술과 트릭, 마법과 거짓 같은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드라마는 성적이나 돈 같은 숫자로 대변되는 기성사회의 관점과 꿈이나 마술 같은 순수한 아이들의 관점을 병치시킨다. 마술사가 마술하는 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는 것이지만, 기성 사회는 그것을 일종의 눈속임이나 사기로 본다. 이러한 대결 점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아버지의 재력과 지위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만 달려왔던 나일등이 이 길의 끝이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진짜 가고 싶은 꽃밭이 가득한 길을 찾아 마술의 세계에 빠져든다. 나일등의 서사는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면서 빠르고 높게만 달려가는 이들을 성공한 삶으로 상정하고 그들의 말만 듣는 사회 시스템을 비판한다. 이 작품 결국, 꿈이나 행복, 돈과 지위 같은 현실적인 성취를 원하게 된 세태에 화두를 던지는 작품으로도 다가온다.

지창욱이 미스터리하고 동화 같으면서도 가면을 벗기고 나면 드러나는 처절한 현실까지 잘 소화해냈다. <괴물>에서 만만찮은 연기를 선보인 최성은도 윤아이가 가진 슬픔을 잘 표현했다. 인도에서 이 작품이 선전하고 있다. 음악이 접목된 콘텐츠 분야 역시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걸 보여줬다. ▶현실에서 벗어나 잊고 있던 꿈을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위로받고 싶다면. 꼭 보시길.

넷플릭스 제공

김효실 기자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서,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그저 ‘평범한 어른’이 되는 게 꿈인 아이들이 존재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난 때문에, ‘정답’만 따라가라는 주입식 교육 때문에 ‘나 자신’을 죽여야 하는 현재가 너무 힘들어서 등. 어른들은 아이 시절 ‘동심’을 말하지만, 사실 아이들의 현실은 어른들의 세계가 참혹할수록 더 크게 타격받는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나이만 먹었을 뿐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비참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존재 덕분에 성장하는 이야기다. 나 자신을 믿는 일, 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일이 삶에서 얼마나 마술·마법 같은 환상적인 일인지를 뮤지컬 형식으로 표현한다. 2D인 원작 웹툰이 ‘흑백의 현실’과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지는 총천연색 장면’을 나눠서 연출했다면, 실사화 드라마는 뮤지컬 형식을 통해 마술을 강조했다. 유원지를 중심으로 한 공들인 컴퓨터그래픽(CG) 등을 보면, 원작의 감동을 충실히 재현하려고 노력한 게 보인다. 앵무새 ‘미녀’의 연기를 포함해, 모든 출연자의 연기가 과하지 않게 잘 녹아든다. ▶ 원작 감동 파괴 없이 즐길 수 있으니 추천!

남지은 기자 초반부는 지루하고 다소 유치한데 중반을 넘어서부터 흥미진진해진다. 전개가 좀 더 빠르게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윤아이의 환경과 마술사를 둘러싼 소문을 설명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내준 것 같다. 작품에 관해 어떤 정보도 없이 보다가 배우들이 갑자기 춤추고 노래하면 몸이 ‘얼음’이 된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익숙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곡 대부분이 잔잔한데, 오히려 흥겹고 신났으면 화제를 모았을 것 같다. 마술사의 비밀이 성적을 강요하는 환경과 관련 있다는 게 생각하기에 따라 의견이 나뉠 것도 같다. 마술, 놀이공원 등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 같은 배경과 총천연색의 컴퓨터그래픽 등은 보는 것만으로 기분 좋게 만든다. 윤아이와 마술사를 괴롭히는 ‘빌런’ 역할을 하는 학생을 연기한 배우 지혜원의 마스크가 신선했다. ▶ 글쎄... 어째 청소년 드라마 느낌도….

한겨레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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