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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청춘 MT’
2022-09-30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보다 더 놀라운 조합 아닐까.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JTBC <이태원 클라쓰>,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에 출연한 배우 15명이 티빙 오리지널 예능에서 모이다니 말이다. 이 인연의 끈을 쥔 사람은 세 드라마의 연출자 김성윤 감독, 티빙 오리지널 <청춘 MT>의 기획자다.

경치 좋은 곳에서 합숙하며 익숙한 게임을 하고 게임 성적에 따라 식사 메뉴에 차등을 두는 등 전체적인 구성은 KBS2 <1박 2일>을 비롯한 여러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봐온 그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20, 30대 여성과 남성 여럿을 모아서 ‘짝짓기’를 하는 대신 같은 과 학생들, 한 가게 아르바이트생끼리 휴일에 놀러간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자 신선하면서도 편안한 결이 생겨난다. 아역 때든 신인 때든 배우로서는 어김없이 제 몫을 해내던 사람들이 예능 카메라 앞에선 입도 제대로 떼지 못하거나, 멀리서 호감을 갖고 봐오던 또래 배우와 만나게 되자 설레하면서도 쭈뼛거리는 모습은 그 서투름에 공감할 수 있는 만큼 귀엽다. 게다가 막상 게임이 시작되니 언제 쑥스러워했냐는 듯 잔뜩 들떠 몰입하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청춘답다.

작품 홍보가 주된 목적인 인터뷰나 프로모션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매 순간 주어지는 상황에 집중하고 반응할 때 드러나는 출연자 각각의 단면은 그에 대한 인상을 새롭게 쌓아올리게 만든다. 승부욕은 강하지만 게임 앞에서는 누구보다 약해지는 팀장 박서준,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가 같은 세 글자 단어를 대라고 하자 ‘오디오’ 다음 자신 있게 “라디오!”를 외치는 권나라, 먹을 것을 받기 위해서라면 맨발로라도 달려나가는 박보검에 웃음을 터뜨리다 보면 이들과 함께 풋풋한 여름 공기를 마시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런 MT를 가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훈훈한 ‘가짜 추억’인 셈이다.

CHECK POINT</h3>

하루 늦게 촬영에 합류하게 된 안보현 대신 특별 출연한 배우 윤경호는 1980년생이다. 남장여자가 등장하는 작품 제목을 대야 하는 퀴즈에 그가 다급히 1993년작 “<가슴 달린 남자>!”를 외쳤을 때 90년대생 동료들은 처음 듣는다는 듯 깔깔 웃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서울 내 지명이 들어가는 노래 제목 퀴즈가 나오자마자 팀원들에게 재빨리 <59년 왕십리>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을 가르쳐주며 승리를 이끈 마흔셋 윤경호의 청춘은!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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