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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추천작] '도쿄 바이스', '드라이브', '초록밤', '다머-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
2022-09-30
글 : 김성찬 (영화평론가)

<도쿄 바이스>

티빙

잃어버린 10년의 한복판인 1999년 일본,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일본으로 편입한 제이크(앤설 엘고트)는 각고의 노력 끝에 유명 신문사 메이쵸 최초의 외국인 기자가 된다. 사회부에 배치된 그는 산책 중 피살되거나 분신자살한 남성들의 사건에서 사채업자와 야쿠자 세력의 흔적을 발견하고 직업적 본능을 바탕으로 파헤쳐 들어간다. 시리즈는 일본 문화를 배경으로 한 서양의 작품군에서 드러나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자유롭지 않다. 와타나베 겐이나 기쿠치 린코 등의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예상한 대로다. 그럼에도 추천의 이유를 꼽으라면 마이클 만 감독이 파일럿 에피소드를 연출한 HBO 맥스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도심 속 인물의 액션과 풍경의 색채를 건조하지만 세련되게 조망했던 감독의 스타일이 도쿄의 이미지와 융합하는 광경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드라이브>

왓챠, 웨이브, 티빙, 시즌, 시리즈온

영화 <드라이브>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11년이 됐다. 제64회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그간 반복돼온 외로운 늑대 형상을 한 히어로의 마초 판타지를 극대화했을 뿐이라는 비판이 있는 반면, 독보적인 미장센과 슬로모션을 활용한 특유의 리듬을 보여줬다는 찬사도 있다. 무명의 떠돌이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는 웨이트리스 아이린(케리 멀리건)과 그의 아들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가 신세를 지던 차량 정비소의 주인 섀넌이 부주의한 성격 탓에 마피아와 되돌릴 수 없는 거래를 하고, 아이린의 남편이 출소한 뒤 협박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감춰놓았던 폭력성을 드러내기로 결단한다. 라이언 고슬링이 대표적 이미지를 굳혔고, 80년대 신시사이저 음악이 감명적인 작품이다.

<초록밤>

웨이브, 티빙, 시즌, 시리즈온

영화 시작과 함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초록빛의 스크린은 어여쁘고 신비로우며 안정적이기까지 하다. 이와 달리 이 빛의 음영 아래 활동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세속적이고 때때로 환멸스러우며 누군가의 말마따나 지긋지긋하다.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짧은 동행을 하게 된 원형의 가족들 사이로 죽음은 철봉에 목이 매달린 고양이와 차에 친 개의 존재가 지시하듯 마시고 내쉬는 공기처럼 편재한다. 온화함마저 품어 현실을 견디게 하는 정신적 이상향인 양 버티고 서 있는 듯 보이던 초록빛이 서서히 영화 전반을 잠식하는가 싶더니 기어코 인물을 죽음의 충동으로 이르게 하는 사이렌처럼 느껴질 때, 섬뜩하기보다 여기에 애초 천국이란 없었다는 생각에 좌절과 절망만 남는다. 그럼에도 이 사실은 이상한 안도감을 안겨줘 당혹스럽다.

<다머-괴물: 제프리 다머 이야기>

넷플릭스

찰스 맨슨, 조디악 킬러와 더불어 미국 최악의 연쇄살인마 중 하나로 꼽히는 제프리 다머를 다룬 시리즈가 같은 소재의 다큐멘터리에 앞서 선보였다. 밀워키의 식인종으로 불린 그는 10여년간 17명의 남성을 살해한 사실이 밝혀져 세간에 충격을 줬는데, 살해 사실보다 희생자의 신체를 훼손하거나 처리하는 방법이 경악할 만큼 잔혹했던 것으로 더욱 유명하다. 시리즈는 사건의 전말이 아닌 사건이 벌어진 시기의 공기와 정서를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인 눈치다. 우선 다머 역의 에반 피터스는 높은 캐릭터 일치율을 보이는데,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리즈에서 다진 광기 어린 인물의 면모를 한층 더 성숙시킨 인상이다. 빠른 편집과 전개에 의지해 관객을 놀라게 하려는 게 아니라 질식감을 느끼게 할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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