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그린 나이트' 중세 서사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재해석한 작품
2021-07-30
글 : 남선우

원탁의 기사들이 모인 성탄절. 아서왕(숀 해리스)은 특별한 날에 어울리는 무용담을 듣고 싶어 한다. 그의 조카지만 내세울 만한 이야기가 없던 청년 가웨인(데브 파텔)은 용기를 낸다. 온몸이 나무껍질로 된 녹색의 기사(랠프 아이네슨)가 제안한 목 베기 게임에 응한 것. 가웨인은 호기롭게 이끼 빛의 머리를 베지만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기사가 자신의 잘린 두상을 집어들더니 1년 후의 재대결을 공표한 것이다. 약속한 시간이 흐르자 가웨인은 녹색 기사와의 재회에 나선다. 길 위에서 거인과 유령, 말하는 여우와 미지의 귀부인을 스치는 가웨인은 위험하고도 신비로운 시험대 위에서 새로운 자신을 마주한다.

<그린 나이트>는 J. R. R. 톨킨이 현대어로 출간하면서 널리 알려진 작자 미상의 중세 서사시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기사도 문학의 토대 위에 미스터리 판타지를 덧씌운 이 영화에는 <피터와 드래곤>에서 전설을, <고스트 스토리>에서 혼령을 다뤄본 데이비드 로어리 감독의 기본기와 기교가 집약되어 있다.

전형적 모험담의 구조에 서늘한 적막이 내려앉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뜻을 되묻게 하는 상징들이 두텁게 쌓여 있다. 정상에서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오래된 설화의 현재적 의미 또한 새로이 다가올 테다. <그린 나이트>는 그 지층을 더듬으며 결말까지 등반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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