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세대(世代)를 아울러 한 세대(世帶)를 이룬 사람, 동물, 나무들 '봉명주공'
2022-05-18
글 : 정재현 (객원기자)

<봉명주공>은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주공아파트(이하 봉명주공)에 살던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식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2020년 3월, 철거 및 재개발 예정인 봉명주공. 영화는 2019년 한해 이곳을 떠나야 하는 모든 일원을 화면에 담는다. 감나무 아저씨는 주택으로 이사가자니 이미 ‘복덕방놈’들이 말을 맞춰 가격을 올렸다며 한탄한다. 음주와 노래를 좋아하는 강은순 할머니는 청주 개발의 역사와 함께 생계를 이어온 본인의 역사를 흥얼거린다. 길고양이들은 볕 좋은 단지 공터에 널브러져 오수에 빠진다.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겹벚꽃나무를 비롯한 단지 내 나무들은 조경의 기능은 물론 가드닝 모임 회원들에겐 생태의 보고로 자리한다. 떠날 때가 되자 발언권을 가진 모든 구성원들은 입을 모아 한목소리로 말한다. “여기가 살기 좋아.” 83분의 러닝타임 동안 봉명주공의 안팎을 구경하다 보면 관객 스스로가 봉명주공에 거주했던 양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떠나고, 집들이 철거되고, 나무들이 베어질 때, 이는 감독이 재개발 화두에 필연적으로 딸려나올 법한 부동산 정책 혹은 정치 이슈 대신 봉명주공의 하루와 지난 계절, 일년의 ‘생태’에 집중했기 때문일 터다. <봉명주공>엔 거주민들 외에 봉명주공의 일상을 찍는 사진작가(지은숙, 지명환)의 사진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사진은 영화 초반 장소에 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을 때부터 울림을 준다. 벽지에 붙은 판박이 스티커와 야광 별 스티커, 빛바랜 졸업사진 등의 푸티지들은 한국인의 주거 생활에서 모두가 한번은 봤을 법한 공동의 추억을 건드리며 관객의 애상을 부른다. 제18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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