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스페이스]
[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2022 젊은작가상 대상 '초파리 돌보기' 임슬아 작가와의 대화
2022-05-20
글 : 이다혜
정리 : 남선우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보이는 것들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다혜리의 작업실’ 일곱 번째 게스트는 단편소설 <초파리 돌보기>로 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님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이원영’입니다. 노년에 접어든 원영은 건강한 초파리를 골라 번식시키는 실험실 아르바이트를 좋은 마음으로 기억합니다. 여러 동식물 중 초파리를 돌보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이유가 있을까요?

임솔아 @limsolah2772 초파리는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안 좋아하잖아요. 초파리를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게 초파리의 특징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초파리 돌보기>는 어떻게 쓰시게 됐나요?

임솔아 @limsolah2772 언젠가 엄마와 통화를 하다 해피엔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엄마가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쓰면 안되냐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때 저도 모르게 알겠다는 답이 튀어나왔지만 전화를 끊을 때까지만 해도 이걸 소설로 쓰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동료 작가분이 “소설 한편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며 그렇게 한번 써보라고 하셨어요.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이 괜찮을지만 고민했는데 그제야 소설이 아닌 내가, 어머니가 괜찮을지 생각하게 됐고, 이 소설을 쓰게 되었어요.

이다혜 @d_alicante 소설을 쓴 후에는 고민의 결론이 났나요?

임솔아 @limsolah2772 사실 고민이 끝나지는 않았어요. (웃음) 그래서 결말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거예요. 제가 어느 한쪽으로 결정을 못 내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이전에는 행복한 결말이 진실을 가리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고 여겨서 그런 감정만으로 뒤덮지 않는 결말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년 전부터 내가 더 괜찮은 방향, 더 좋은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상상 안 하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지금도 양쪽 생각을 다 하고 있습니다.

이다혜 @d_alicante 이 작품을 어머니께서 읽으셨는지, 결말에 만족하셨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임솔아 @limsolah2772 어머니가 읽으셨고요, 결말에 대한 얘기는 안 하셨어요. 다만 주문이 많아서 미안했다는 말씀을 하셨고요. 젊은작가상을 받고 나서 텔레비전에 제가 잠깐 나왔다는데, 그걸 무척 기뻐하셨어요.

이다혜 @d_alicante 혹시 이번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다른 소설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감상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솔아 @limsolah2772 유난히 자주 떠올리는 작품이 있어요. 김혜진 작가의 <미애>입니다. 강아지와 산책할 때 남의 아파트 단지를 걷곤 하는데, 화단에 꽃이 피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소설 속 미애가 봤던 황량한 아파트 단지가 떠오릅니다.

이다혜 @d_alicante 작가님이 반복하신 표현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초파리 돌보기> 작가노트에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져”라고 쓰셨는데, 시집 <겟패킹>에 수록된 시 <리기다소나무>에도 “열심히 하지 마요/ 너무 열심히 하면 무서워요”라는 대목이 있어요. 이런 인상적인 말들을 열심히 메모하는 스타일인가요?

임솔아 @limsolah2772 알아보는 분이 계실 줄 몰랐어요. 너무 반갑네요! 그 말이 저한테 인상적이어서 두번 쓰게 된 것 같아요. 소설과 시 메모는 다른 곳에 합니다. 시는, 손바닥만 한 메모장에 문장 전체를 써요. 그중 버릴 건 지우고 남는 걸 가져가는 방식으로 컴퓨터에 옮기며 시를 쓰고요. 소설은, 화이트보드나 포스트잇에 키워드만 적어둬요. ‘실험실’, ‘초파리’, ‘해피엔드’ 이런 식으로요. 혼자서 가만히 벽에 붙은 키워드들을 보다보면 소설의 얼개가 떠오르거든요. 거기에 살을 붙이는 식으로 써요.

이다혜 @d_alicante 메모하는 단계에서부터 시와 소설이 구분된다고 하셨는데, 완전히 엄격하게 지켜지는 건 아닐 것 같기도 해요. 어떠신가요?

임솔아 @limsolah2772 예전에는 같은 얘기를 시로도 쓰고 소설로도 썼어요. 책으로 묶을 때만 중복되지 않게끔 하고, 다 썼어요. (웃음) 요즘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편인데, 저도 모르게 구분이 되는 것 같아요. 키워드가 떠오르면 ‘소설이구나!’, 문장이 떠오르면 ‘시구나!’ 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다음에 만나게 될 작가님 책은 시집일까요, 소설집일까요?

임솔아 @limsolah2772 지금 장편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장편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계간 <문학동네>에서 여름호부터 연재됩니다.

남선우의 책갈피

<초파리 돌보기>에는 반가운 지명과 장소가 여럿 등장합니다. 소설을 쓸 때 직접 가본 곳을 떠올리며 쓰시나요, 가보지 않았더라도 조사해가며 쓰시나요?

소설에 나오는 과기원 앞 벚꽃길에도 가본 적 없습니다. 그래도 상상하며 쓰는 것 같아요.

<초파리 돌보기>의 지유는 “내 소설 속 인물들 직업이 다 비슷비슷하잖아. 특별한 직업을 쓰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말합니다. 작가님도 비슷하게 생각 중이신가요? ‘특별한 직업’이란 무엇인가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 소설에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나 아르바이트 등의 비정규직이 주로 나옵니다. 제가 생각하는 조금 특별한 직업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전문 직종 혹은 회사원이에요.

임솔아에게 ‘해피엔딩’이란?

아직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