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1호 [피처] 바리공주 설화 모티브로 한 판타지 세계로의 초대 ‘7월의 할로윈’
2022-07-07
글 : 정예인 (객원기자)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이벤트 ‘7월의 할로윈’ 즐기기

가을의 핼러윈 축제가 7월의 부천을 찾는다. 7월7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되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 BIFAN)에서는 부천 시민과 영화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7월의 할로윈’ 행사를 선보인다. 이번 행사는 7월8일과 9일 이틀간 부천시청 잔디광장·소향로·중앙공원·BIFAN거리·상가거리·안중근 공원·고려호텔 등 부천 일대에서 실시되며, 환상적인 공간 연출과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의 시간을 견딘 관객과 시민들에게 즐거운 해방감을 전달할 예정이다.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 처음으로 펼쳐지는 ‘7월의 할로윈’을 독일의 ‘옥토버 페스트’,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 리투아니아의 ‘우주피스 공화국’ 등과 같은 행사처럼 “부천영화제와 부천시를 상징하는 시민·관객 참여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비주류를 응원하는 부천영화제의 정체성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속신화 바리공주 설화를 더한 판타지 세계 ‘바리월드’를 만날 수 있다. ‘바리월드’는 먼 옛날 왕에게 버림받은 후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죽은 자를 살려내고 망자를 극락으로 인도한 바리공주 이야기와 소외된 자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한 영화제의 의미를 함께 녹여낸 새로운 세상이다. 행사장 곳곳에 자리한 바리공주 설화 속 바리공주·무장승·오구대왕·약료수·영혼들 캐릭터가 안내하는 ‘이상해도 괜찮은’ 세상, ‘바리월드’는 다음의 프로그램을 통해 만끽할 수 있다.

‘바리공주 퍼레이드’와 댄스파티 ‘승천 나이트’가 펼쳐지는 NIGHT(나이트) 프로그램과 물총싸움 ‘세기의 혈전’, 바리월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게릴라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DAY(데이) 프로그램, 코스튬 부스 ‘삼도천 입국관리소’와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랜드마크 ‘바리 정원 쉼터’, 바리에게 생명수를 전하는 시민 참여 이벤트 ‘바리의 수행길’, 다양한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 ‘바리월드 카페’를 진행하는 ALL DAY(올데이) 프로그램이 관객을 기다린다.

부천 일대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영혼을 인도하는 신 ‘바리공주’와 약료수를 지키는 토속신 ‘무장승’과 같은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중앙공원을 비롯한 부천 일대에 조성된 핼러윈 테마 공간도 눈여겨보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협업한 고려호텔(부천시 길주로 66)에서는 7월 1일부터 14일까지 일부 객실을 ‘7월의 할로윈’ 테마로 꾸며 새로운 숙박 경험을 선사한다. 수박모양 랜턴이나 벽면을 가득채운 기이한 커튼, 보라색 조명이 판타지 세계로 인도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개최되는 프로그램 지도. 부천중앙공원과 상점거리를 찬찬히 걸으며 변방과 비주류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다보면 어느새 ‘판타스틱’한 세계관, ‘바리월드’에 들어선다. 한국만화박물관, 한옥체험마을 등 투어버스 코스를 중심으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부천시 곳곳에서 영화제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게 했다.

랜드마크 ‘바리 정원 쉼터’에 설치된 거대 수박 등. 호박이 아닌 수박으로 만든 핼러윈의 불빛이 ‘바리월드’의 기묘하면서도 환상적인 정취를 더한다.

“호러영화를 보지 못하는 부천 시민도 좋아할 수 있도록”

‘7월의 할로윈’ 총괄하는 조영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시민참여행사 총연출 인터뷰

- 부천영화제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 원래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총감독을 3년간 했다. 그리고 부천영화제와는 첫해 때 게스트 라운지를 운영한 인연이 있다. 부천의 3대 축제(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다가 신철 집행위원장님을 만났다. 영화제가 부천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기 위해 참고해야 할 두 가지 사례를 들었다. 첫 번째, 윤이상의 고향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에 갔을 때였다. 어느 자원봉사자가 “많은 외부인들이 음악제 덕분에 통영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지역에 무척 의미 깊은 행사”라고 하더라. 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부천 시민들에게 그렇게 사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시의원들에게 예산 10억원을 받기 위해 10년 동안 고생했는데, 내가 총감독을 하던 시기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인천 시민에게 1억 5천만 원어치의 티켓을 팔고 시민들이 락페스티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시의원들이 지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거다. 덕분에 180억원을 지원받아 송도 근린공원을 만들었다. 부천영화제에서 주로 트는 호러영화를 보지 못하는 부천 시민들도 영화제를 자랑스러워하게 된다면 그건 영화제의 참여층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축제에 바리공주 설화를 연결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 ‘바리공주’는 버려진 공주라는 뜻이다. 바리공주 설화는 공주로 태어났지만 버려진 바리공주가 순종적인 삶을 살지 않고 남장을 통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다. 영화제가 추구하는 다양성, B급 영화, 서브컬처 등과 연결될 수 있다고 봤다. ‘변방’, ‘버려짐’의 이미지를 행사에 매칭하기 위해 ‘부캐’ 개념을 도입했다.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라도 영화제 안에서만큼은 영화 같은 상상력으로 만든 부캐를 갖고 자신을 환치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부천영화제의 슬로건 ‘이상해도 괜찮아’를 조합했다. 그렇게 바리공주에서 따온 시각 이미지로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바리공주 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화와 영상도 차용했다. 축제 기간에는 경기예고 연극과에서 선발한 학생들이 바리공주, 무장승, 약료수 그리고 바리공주와 무장승의 자녀 ‘영혼들’로 분장한 퍼레이드 행사도 열린다.

- 전주국제영화제의 한옥마을, 부산국제영화제의 해운대와 달리 부천시에는 상징적인 관광 명소가 없다는 문제가 늘 지적되어 왔다.

= 그래서 ‘7월의 할로윈’을 런칭할 때 두 가지 전략이 필요했다. 주변 상권의 활성화 그리고 관객이 부천시에 머물다 가게 하는 것이다. 부천은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마지막 상영 영화를 봐도 막차를 타면 서울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고려호텔에 약료수방, 바리공주방, 무장승방 등 영화제 기간에만 특별히 묵을 수 있는 이벤트 객실을 마련해 영화제를 더 즐길 수 있게끔 했다.

사진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