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괄호 안에 숨겨져 있던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개성을 입는다, '녹턴'
2022-08-17
글 : 이유채 (객원기자)

자식들이 같은 길을 걸으려 한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를 평등하게 지원해주면 좋겠지만 손민서씨 가족의 경우는 좀 복잡하다. 첫째 아들인 은성호씨가 자폐인이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는 첫째에게 음악이 생계 수단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는 엄마는 아들이 피아니스트이자 클라리네티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의 삶에 밀착하기를 택한다. 그러나 피아노를 치는 건 둘째 아들 은건기씨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가 형에게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기씨지만 자신이 연주하는 동안에도 형에게 집중하는 엄마가 그는 못내 섭섭하다.

<녹턴>은 두 사람이 아닌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개성을 가진다. 헌신적인 어머니와 천재 아들의 익숙한 성공담일 줄 알았던 영화는 괄호 안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아들을 끄집어내 등장시킴으로써 기묘한 가족 드라마란 자아를 형성한다. 카메라 앞에 원망과 불편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건기씨는 엄마와 형이 맺은 내밀한 관계의 틈을 벌려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동시에 감정적으로 과해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도 한다. 세 사람의 시점을 균형 있게 옮겨다니는 영화는 관객이 각각의 인물에게 이입할 시간을 고루 준다. 짧지만 반복해서 그들이 되어보는 체험은 얽히고설킨 삼각관계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한다. 일종의 음악영화지만 음악은 대미를 장식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그래서 음악의 초월적인 봉합 능력으로 형제 사이에 ‘무언가가 일어난’ 엔딩이 설명하기 힘든 짙은 감흥을 일으킨다.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왔던 정관조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영화로, 제42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다큐영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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