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고요한 기도, 거룩한 찬송, '기도의 숨결'
2022-08-17
글 : 정재현 (객원기자)

목소리만 들려오는 사제 앞에서 수녀 베네딕타가 정결과 청빈, 순명을 서원하고 신을 향해 찬송을 한다. 그는 축하 행렬을 뒤로한 채 수녀원으로 들어가고 수녀원의 문은 굳게 닫힌다. <기도의 숨결>은 남프랑스 주크에 자리한 노트르담 드 피델리테 수녀원의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암전 속 관객을 향한 축복의 기도가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들려오며 시작하는 영화는 다루는 소재의 속성을 반영하듯, 앞으로의 내용을 예고하듯 러닝타임 내내 수녀들의 기도와 찬송으로 가득하다. 주목할 점은 영화의 촬영과 편집 방식 또한 기도와 찬송을 닮아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기도문을 인터 타이틀로 활용해 챕터를 나누고 가톨릭에서 으레 마침기도로 사용하는 영광송으로 매 챕터를 끝맺는다. 영화는 수녀원의 삶에서 독특한 흥미 요소를 애써 찾아내 중점적으로 부각하거나 그곳의 삶을 수녀원 밖의 삶과 다를 바 없다는 식으로 일반화하지 않고 수녀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화면에 담아내는 미덕을 발휘한다. 수녀들은 수녀원 내에서 성경을 읽고, 성화를 그리며, 농사를 짓고, 식사를 준비한다. 영화가 포착한 흥미로운 일상 중 하나는 노동하는 수녀들의 초상이다. 트랙터를 몰며 밀생한 포도밭을 고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톱으로 나무를 분재하는 수녀들의 모습은 다른 영화에선 보기 힘든 장면들이다. 수녀들의 모습만큼이나 영화가 침묵한 채 응시하는 것은 수녀원을 둘러싼 자연의 모습이다. 영화는 한여름의 초원, 한낮의 알프스 산간, 석양에 물든 수녀원의 외벽을 별다른 배경음악 없이 담으며 관객이 자연 그대로를 수녀원에서 수녀들이 바라볼 법한 시점으로 체험토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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