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애프터 미투', ‘발화’를 거듭하며 연대하는 여성들의 용기에 마음을 보태게 되는
2022-10-05
글 : 정예인 (객원기자)

2016년 전후 한국 사회에서는 미투 운동의 물결이 일었다.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가해 행위를 사회적으로 의제화한 미투 운동은 소셜 미디어에서 ‘#○○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다는 운동으로 출발해 2018년 현직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피해 폭로, 2020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범죄 고발로 이어지며 성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에 변화를 가져왔다. <애프터 미투>는 미투 운동에 참여한 일원의 과거와 현재를 담는다. 4편의 다큐멘터리영화를 옴니버스식으로 엮어 각계각층의 미투 운동의 양상을 포착한다. 용화여고의 스쿨 미투에 관한 <여고괴담>, 성폭행 트라우마에 직면하고자 퍼포먼스를 펼친 박정순씨의 사연을 좇은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문화예술계 성폭력에 대응하는 예술가이자 운동가인 이들의 갈등과 선택을 살펴본 <이후의 시간>, 여성들의 성적 욕망과 남성과의 성관계에서 겪게 되는 불쾌한 경험을 솔직히 털어놓은 <그레이 섹스>. 이들 영화는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교사와 학생, 성인과 미성년, 남성과 여성과 같은 기울어진 권력 구도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쉽사리 언급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위해 나선 여성들. 이들은 다른 여성의 선언에 힘을 얻고 다른 여성의 용기가 되기 위해 선언한다. 성범죄는 그저 개인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인 단위의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끈기 있게 외친다.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관한 증언부터 지금의 미투에 이르기까지. 백래시가 만연한 현실에서도 ‘발화’를 거듭하며 연대하는 여성들의 용기에 마음을 보태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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