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독자에게]
[이주현 편집장] 이 시리즈들 덕에 즐거웠다
2022-12-09
글 : 이주현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한해를 보낸 것 같은 착잡한 마음과 특별한 계획 없이 한해를 맞이할 때의 조급한 마음이 어지러이 교차하는 시기다. 이맘때 직업적으로 하게 되는 일 중엔 올해 최고의 영화와 시리즈를 꼽아보는 결산이 있다. 연말 결산은 아득한 기억을 구체적 작품으로 소환하는 일인 동시에 개별의 나무가 아닌 숲의 형상을 더듬어보는 작업이다. 아무튼 올해도 어김없이 결산의 시기가 돌아왔다. 이번주엔 영화 결산에 앞서 시리즈 결산을 먼저 준비했다. 놓친 작품들을 복습하느라 몸과 마음은 분주했지만, 한해 동안 화제를 모았거나 사랑받은 시리즈들을 쭉 정리하다보니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다를 바 없는 시간들이 이 작품들로 인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구나 싶다. 피곤한 노동의 굴레에서 우리를 잠시나마 해방시켜준 작품들에 새삼 고마움을 전한다.

올해 시리즈의 트렌드 중 하나는 법정물의 유행이었다. ‘2022 드라마의 경향과 트렌드’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 어느 때보다도 검사와 변호사들이 드라마를 주름잡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부터 <천원짜리 변호사>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왜 오수재인가> <닥터로이어> <빅마우스> <법대로 사랑하라> 등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쏟아졌는데, 배심원의 자리로 시청자를 안내하는 법정물의 유행에 대해 김소미 기자는 “일상에서 불평등, 혐오, 증오, 차별, 배제를 경험한 대중의 정서가 심판과 추궁의 욕망 혹은 변호의 권리를 바라고 있다”고 해석했다. 크게 공감하는 바다. ‘우영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를 보면, 드라마에서 다루는 여러 사례가 실제 사건에 기초하고 있는데, 입장과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지켜보는 것 자체도 재밌지만 그 과정에서 법의 냉정함이 아닌 법의 공정함을 목도하고 법을 해석하는 사람의 따스함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컸다. 또한 올해는 제작비나 스타 캐스팅, 채널의 인지도가 아니라 결국은 콘텐츠 자체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도 확인한 해였으며, 지난해 <구경이>의 등장에 환호한 이들이라면 직업도 욕망도 점차 다채로워지고 있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에 충분히 즐거웠으리라 생각된다. 씩씩한 우영우(<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추앙이 필요한 염미정(<나의 해방일지>), 친구 같은 김유미(<유미의 세포들> 시즌2>)를 비롯해 <작은 아씨들>의 세 자매, <소년심판>의 여성 판사들 등 전형적이지 않아 매력적인 인물들이 우리의 마음속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왔다. 한편 <나의 해방일지>로 올해의 시리즈 부문 남자배우로 선정된, 요즘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인 손석구는 촬영 중에도 짬을 내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내년엔 꼭 ‘서울시 손석구 사랑동’에서 얼굴 보고 인터뷰 할 수 있길.

다음주 영화 베스트 결산도 많이 기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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