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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2022-12-09
글 : 최지은 (작가 <이런 얘기 하지 말까?>)

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대구의 추어탕집 딸이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에 와서 8년을 버틴 끝에 방송사 공개채용에 합격한 과정은 캐릭터 빌드업에 필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점을 보러 갈 때마다 “마흔살 되면 터진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내가 마흔 돼서 잘돼봤자 뭐가 잘돼?’라며 믿지 않고 불안해한 순간도 영웅의 일대기에 빠지지 않는 시련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공개 코미디가 서서히 침체되어갈 즈음 동료들과 함께 출연한 ‘먹방’ 예능 프로그램이 대박나고, 너무 많이 먹는 출연자들의 건강이 걱정된 PD가 운동을 시키려 했을 때 죽어도 싫다며 복불복 게임의 규칙을 뒤집어놓은 장면은 전반부의 클라이맥스다. 그런데 울며 겨자 먹기로 운동을 시작했던 주인공이 갑자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더니 국가대표팀에 선발되어 국제 사격대회에 출전한다. 아무리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될 거라지만 너무 비약이 심해 보이나? 그럼 역시 기억을 잃은 특수요원이라는 설정을 넣도록 하자.

유튜브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초반, “오늘은 그냥 운동하기 싫은 날씨~”라고 구시렁대며 등장했던 김민경이 그 후 2년 반 동안 보여준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어떤 운동이든 빠르게 습득하고 뛰어난 순발력과 집중력을 가진 그가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하며 성장하는 과정은 시청자, 특히 운동에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여성들에게 쾌감과 용기를 선사했다. 기존의 무대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던 김민경이라는 사람 자체의 개성, 유머 감각, 친화력, 성실함도 빛을 발했다. 옛날에는 댓글로 상처를 많이 받아서 아예 보지 않았는데 운동을 하면서부터는 응원을 많이 받아 기쁘다는 그의 말은, 여성에게 뻔하지 않은 무대가 주어지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새삼 확인시킨다. 얼마 전 김민경이 출전했던 2022 IPSC 핸드건 월드 슛 대회가 막을 내렸다. 물론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

CHECK POINT

국가대표가 예능에 출연하는 경우는 많지만, 예능에서 국가대표가 나올 줄이야.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을 탄생시킨 iHQ <맛있는 녀석들> 유튜브 채널에서는 김민경의 국가대표 출정식 영상을 볼 수 있다. 축하 케이크와 태극기가 등장하자마자 감동해 울음을 터뜨리는 김민경, 덩달아 눈물짓는 PD,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한민경!”을 외치며 파도타기 박수를 유도하는 상황극 천재 유민상과 문세윤의 유려한 진행은 과연 <맛있는 녀석들>의 끈끈한 팀워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