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는 작품인가? 상품인가? 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 뮤직비디오를 작품으로 보지 않는다면 음악을 팔기 위한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신우석 감독, <씨네21> 1392호) 뉴진스의 <Ditto> <OMG>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신우석 감독이 뮤직비디오의 의미에 관해 던진 질문이었다.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특정 예술의 가치에 대해 뚜렷한 정답을 내리긴 어렵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일련의 4세대 K팝 걸 그룹의 뮤직비디오는 시청각적 아름다움과 각 그룹 고유의 세계관을 표현하던 결과를 넘어 그룹 특유의 ‘시간관’을 드러내며 뮤직비디오가 엄연한 작품임을 입증했다. 세계관은 음악, 앨범, 뮤직비디오, 글 매체 등 각종 시청각 콘텐츠에서 거시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그룹 고유의 서사성을 뜻했다. 그러나 서브컬처의 일종이었던 K팝이 한국의 주류문화이자 세계 단위의 문화산업으로 거듭났고, 세계관으로의 진입장벽은 점차 높아졌다. 여기서 뮤직비디오란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최대한 포용력 있는 콘텐츠” (신우석)여야 한다. 이에 최근의 뮤직비디오는 세계관보단 직관적이고 빠른, 그러면서도 깊이 있고 특색 있으며 대중이 대번에 공감할 수 있는 방법론을 취하게 됐다. 그것이 바로 특정 시간대에 대한 각 그룹의 지향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시간관 전략’이다. 누구나 어떤 시간에 대한 향수와 감성을 지니고 있다. 근래 K팝 걸 그룹들의 뮤직비디오는 이 보편적 감성을 아주 다채롭게 공략 중이다. 이 영리한 발신에 마땅한 회신이 필요한 때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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