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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리뷰] ‘파친코’
2024-08-30
글 : 김소미

파친코 시즌2 Pachinko

Apple TV+ / 8부작 / 연출 리안 웰햄, 진준림, 이상일 / 각본 수 휴 / 출연 윤여정, 이민호, 김민하, 진하, 정은채, 안나 사웨이, 한준우, 아라이 소지, 김성규 / 공개 8월23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한층 중후해진 동시대의 마스터피스를 마주하는 기쁨

제2차 세계대전은 선자(김민하)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았을까. 오사카에서 김치를 팔기 시작한 여성 가장을 담은 크레인숏으로 마무리한 시즌1의 풍경을 시즌2(제9장)도 그대로 이어받는다. 7년의 세월이 흐른 1945년. 식량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사이 선자의 의연하고 담담한 얼굴에도 근심이 깃들었다. 남편인 목사 이삭(노상현)을 기다리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선자는 시장에 밀주를 팔다 붙잡히고, 곧 한수(이민호)와도 재회하게 된다. 한수는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일로 자금을 불리는 한편 창호(김성규)를 고용해 선자를 오랫동안 미행해왔다. 버블경제의 붕괴를 코앞에 둔 1989년 도쿄, 시즌2의 스토리는 이제 이민진 작가의 소설 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솔로몬, 아베, 나오미로 구성된 청년들의 욕망이 그 중심에 있다. 기업의 횡포에 불응해 커리어의 위기에 빠진 솔로몬이 자신을 돌아보는 동안, 손자의 방황을 지켜보는 선자(윤여정)의 안식도 유예된다.

<파친코> 시즌2는 전작과 동일한 두개의 타임라인 속에서 전쟁의 그림자, 새로운 캐릭터, 다층적인 갈등 국면을 1, 2화 만에 막힘없이 꿰뚫는다. 압축과 속도전에 능한 서사적 트렌드와 구별되는, <파친코>만의 온유한 리듬을 간직한 채다. 근현대 동아시아 여성들을 회고적 주체로 재조명하는 배우 윤여정, 김민하의 얼굴이 거울처럼 비추는 진실도 유독 시리게 다가온다. 헌신의 숭고함은 그 이면에 막막한 어둠과 외로움을 함께 품고 있으며, 역사는 우리를 갈라놓는 동시에 이들의 눈물을 기억하는 존재들로부터 다시 하나로 엮인다. 이례적으로 새 시즌에서 타이틀시퀀스 디자인이 진화한 점을 눈여겨보아도 좋겠다. 춤과 노래, 환희와 비애, 흩어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댄스 오프닝은 <파친코> 시리즈가 한층 중후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더없이 아름다운 장치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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