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문화콘텐츠페스티벌(TCCF)의 열기가 한창인 11월7일 오후, 프랑스, 미국, 태국 등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네명의 대만 배우- 에스더 리우, 커시 우, 가진동, JC 린- 가 모여 다국적 프로젝트가 남긴 유의미한 경험, 자국 현장 문화를 향한 제언 등을 공유했다.
2019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니나 우>의 각본과 주연을 맡았던 커시 우는 “2017년 미투운동을 지켜보면서 내 자전적 경험과 공명할 수 있었고 이에 힘입어 각본을 집필했다. 이후 다양한 미국 프로덕션의 연락을 받았다. 특히 감독이 직접 SNS 메시지로 캐스팅 제의를 해 출연하게 된 작품이 <블루 선 팰리스>(2024)”라고 밝혔다. 그는 <블루 선 팰리스>를 통해 미국 영화산업에 정착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계약서상에서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배우가 현장에서 후회하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는데, 바로 그런 지점을 중립적이고 공정한 매개자의 입장에서 조율해준다. 배우가 불필요한 어색함을 느끼거나 제작진에 과도하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로 금마장 신인상을 수상했고 2022년 <흑교육>으로 감독 데뷔도 마친 가진동은 태국·미얀마 합작영화 <로드 투 만달레이>(2016)를 통해 자국 내 경험보다 오히려 규모가 작은 해외 독립영화에 출연한 사례를 흥미롭게 회고했다. “이 경우 배우로서 역할 준비를 하는 것 외에도 때로는 감독, 프로듀서, 스태프들을 도와 여러 가지 일을 함께 처리하고 함께 생활하는 역량도 요구된다. 한편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미국, 프랑스 프로덕션에선 근무 및 휴식 시간 등이 엄격히 시스템화되어 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대만 및 아시아권의 촬영 여건이 더 건전한 제도와 조합의 역량을 갖추길 바라게 되는 지점이다.” 대만 아이돌 그룹 JC 크루 출신의 JC 린은 대만·오스트리아 합작 <머니보이즈>, 대만·인도 합작 <데몬 헌터스>, 대만·프랑스 합작 <라 레파라시옹> 등 다수의 다국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프랑스 제작사들은 촬영 내용이나 출연료 협상 등의 과정에서 배우가 매니지먼트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겼다”며 “배우가 자기 의견을 표현했다고 해서 까다롭게 인식되지 않고 업무 영역이 객관화된 지점이 선진적”이라고 바라봤다. 또 <라 레파라시옹>에서 미슐랭 레스토랑의 주방장 역할을 준비할 때 매우 전문적인 조리 교육을 받은 점을 예로 들며 “국내에도 발음 코치, 신체 움직임 트레이너, 극 중 직업에 걸맞은 각종 교육 등 배우를 위한 포괄적인 산업적 지원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만·프랑스 합작 영화 <살리>에서 주연한 배우 에스더 리우는 행사 모더레이터로서 세 배우의 경험을 아우르며 “대만뿐 아니라 아시아권 배우들은 대개 강도 높은 역량을 수행하는 데 익숙하다. 다양한 언어 능력, 가수와 배우 활동 병행, 작품 홍보를 위한 예능 출연 등 멀티플레이어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점이 국제시장에서 우리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도 바라봤다.
포럼에 참석한 4인 배우들의 대화는 글로벌 스탠더드와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산업 환경의 특색을 맞대어보는 열띤 논의로 이어졌다. 이들은 국경 밖에서 더 흥미로운 역할을 찾길 바라는 배우에게 필요한 역량을 들려줄 뿐 아니라, 배우의 권리 보호를 제도화한 미국, 유럽 프로덕션의 경험을 토대로 현지 산업의 개선점까지 넌지시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