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영화 <다크 나이트> 속 조커의 분장 뒤에 숨은 민낯
조커(히스 레저)의 짙은 분장 뒤에는 대체 어떤 인물이 숨 쉬고 있을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는 고담시의 윤리관을 뒤흔드는 악당 조커와 그에 맞서는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의 대결을 그린 슈퍼히어로 스릴러다. <지선씨네마인드> 초창기부터 박지선 교수가 꾸준히 언급했다는 작품으로, 21세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악역에 조커의 이름이 빠짐없이 언급된다는 것만으로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사가 없고 “범죄자들도 예측하기 힘든 존재”인 조커를 분석하기 위해 박지선 교수는 조커가 구사하는 언어를 파고들었다. “이 도시는 급이 다른 (better class) 범죄자를 필요로 한다”는 조커의 발언에서는 악행에 대한 시혜적 태도를, 배트맨을 향한 “너는 나를 완성시킨다”는 대사에서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로서 경쟁자를 인식하는 과도한 자존감을 발견한다.
한편으로 조커는 자신의 찢어진 입의 흉터에 대해 두개의 엇갈리는 이야기를 제시하는 병리적인 거짓말쟁이이기도 하다. 박지선 교수는 두 이야기의 공통점으로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상처를 “조커 본인이 만들지 않고서는 자랑 삼아 이야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렇다면 정의를 관철하려는 배트맨과 검사 하비 덴트(에런 엑하트)는 극악무도한 상대의 함정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헤쳐나가야 할까? 12월4일, 고담시의 눅눅한 향기를 그대로 담아낸 미려한 삽화와 함께 펼쳐질 <지선씨네마인드 HIDDEN TRACK> 1화를 기대하자.
2화 범죄 스릴러 명작, 영화 <세븐> 속 연쇄살인범의 심리
박지선 교수가 기획 초창기부터 청했던 또 다른 작품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세븐>은 인간의 7대 죄악을 테마로 삼은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촘촘히 짜인 수많은 복선에 감탄했다는 박지선 교수는 <세븐>을 “다시 볼 때 더욱 놀라운” 걸작으로 꼽기도 했다. 7일간 이어지는 여러 살인 현장은 배경도 범행 수법도 모두 다르다. 박지선 교수의 분석을 청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설정이 또 있을까. 하지만 의외로 박지선 교수의 눈에 먼저 들어온 인물은 사건을 해결하는 두 형사 밀스(브래드 피트)와 서머셋(모건 프리먼)이었다. 첫 사건 현장에서 혈기왕성한 모습을 보이는 밀스에게 서머셋이 “너무 차갑게 대한다”라고 안타까워하는 도준우 PD와 달리, 박지선 교수는 자신도 “밀스한테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서머셋에 공감한다. 치밀한 연쇄살인사건을 살피는 데 즉흥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은 오히려 독이기 때문이다.
한편 죄악에 대한 주관적 해석과 범행 계획이 빼곡히 적힌 범인의 노트가 발견되자 박지선 교수는 범인이 ‘내현적 자기애’의 성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고립된 삶을 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자기가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숨겨진 형태의 나르시시즘인 내현적 자기애는 지금까지의 범죄 양상과도 일치하는 독선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수반한다. 불같은 형사의 직관과 냉철한 범인의 지략 사이의 대결. 그 끝의 충격적인 반전과 최종장에 대한 다면적인 해석은 12월11일 공개될 <지선씨네마인드 HIDDEN TRACK> 2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