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사회 속 불타오르는 성모상.’(시즌2 6화) 종교의 위엄도 영광도 무너져버린 상황 속에서 <열혈사제2>는 자체 최고시청률을 달성했다. 신성한 성역이 침범된 장면은 어떻게 <열혈사제2>의 정당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었을까. <김과장> <빈센조> 등 비뚤어진 정의구현을 코믹하게 그려온 박재범 작가의 김해일 신부(김남길)는 전형적인 사제 이미지와 정반대로 나아간다. “하느님이 너 때리래.” “하느님께서 닥치래요.” 뭐랄까, 삐딱선 탄 문제아 혹은 반골 기질 강한 외골수 같은 것들. 애초에 <열혈사제>는 ‘성직자다움’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선을 넘을 듯 말 듯 도덕성을 주무른다. 하지만 이러한 무데뽀 분노는 <열혈사제> 특유의 공감을 자아내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참고 인내하는 신부의 직업 특수성을 고려할 때, 도저히 그 미덕을 지키지 못하고 화를 내는 김해일을 통해 시청자는 자신의 노여움을 안전하게 확인받는다. 자신의 분노가 별난 게 아니라는 공감으로. 그러나 김해일 신부는 모두를 위한 영웅이 아닌, (다소 협소한) 선택적 영웅에 가깝다. 성직자와 종교인의 명예가 모욕당할 때 비로소 그의 주먹이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열혈사제>는 ‘신부다움’을 배반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면서, 동시에 성직자의 고결한 가치를 고집스레 고수하며 현대사회에 결핍된 것을 조명한다. 효율성과 경제성이 중요한 세상에도 신성한 성전에서만큼은 불변하게 보존해야 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꼭 짚고 넘어간다. 이는 불타오르는 성모상 장면에서 “화재 장면은 천주교 교구청과 협의하에 가상으로 제작했다”는 고지가 <열혈사제>스러워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예배당의 숭고한 공간을 안전히 보호하되 김해일 신부를 어떻게든 다음 챕터로 진입시키겠다는 터닝 포인트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check point
<열혈사제> 코미디의 정수는 치고 빠지기. 너무 힘주고 밀어내느라 작정한 시즌2 장면들은 어쩐지 보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코미디와 절제. 반반 웃음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