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지식을 담는 그릇이다. 이때 책에 담기는 것은 단순히 텍스트나 활자가 아니다. 안에 담긴 내용물만큼이나 그것이 담긴 그릇의 형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움베르토 에코. 세계의 도서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의 물성과 모인 형태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세계적인 작가 움베르트 에코의 개인 도서관을 탐색하는 이 고고학적 다큐멘터리는 ‘책’이라는 우주를 향한 흥미진진한 모험 같다. 에코 사후 유가족들의 협조를 통해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움베르트 에코의 도서관은 5만권 이상의 현대 도서와 1500권의 희귀 서적, 고서적을 보유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하고 경이롭다. 거기에 더해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비디오 설치 작업을 위해 촬영했던 생전의 에코의 모습을 바탕으로 책의 의미를 고찰해나가는 에코의 내레이션은 책과 도서관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책은 식물적 기억”이라고 했던 에코의 정의처럼 무엇을 기억하는지만큼 어떻게 보관되고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 흥미롭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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