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28일 치러진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이하 서독제)의 개막식은 예년과 다른 풍경이었다. 50주년을 기념해 CGV압구정이 아닌 CGV영등포로 위치를 옮겼고 리셉션과 포토존을 설치해 개막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행사는 배우, 감독, 영화계 관계자들로 좌석이 가득 찬 성대한 축제 첫날이었다. 개막식에는 20년간 호흡을 맞춰온 권해효, 류시현 배우가 다시 한번 사회자로 나섰으며 50주년을 맞아 특별 제작된 아카이브 트레일러가 상영됐다. 아카이브 트레일러는 2022년 <다섯 번째 흉추>로 서독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박세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50년간 축적된 서독제의 자료 화면과 영상을 장시간의 노출 사진 기법으로 하나의 프레임으로 응축해 완성했다. 개막 영상은 감독 겸 배우 구교환이 연출한 <징크스 몽타주>였다. 구교환 감독과 개막 영상에 출연한 김소율 배우가 참석해 인사를 전했는데, “이 개막 영상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누나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정성 들여 만들었다. 재밌게 즐겨주시길 바란다”는 구교환 감독의 말에 자리한 모두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이 개막 선언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한상준 위원장은 앞으로도 서독제가 “100주년을 넘는 화려한 행진을 계속하길 바란다”며 응원했다. 백재호 이사장은 “영화제는 가능성이다. 영화제를 없애겠다는 말은 그 가능성을 없애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서독제가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이 자리의 여러분도, 서독제를 통해 맺은 인연과 그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독제의 슬로건과 같이 앞으로도 무한대의 여정을 함께해주길 바란다”며 개막을 선언했다.

147편의 상영작 소개 영상 이후 김동현 서독제 집행위원장은 “40주년을 조영각 선배님과 같이했었는데, 50주년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힘들었지만 뿌듯하고 즐겁게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고 운을 띄웠다. “5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책과 1975년부터 2023년까지 서독제에서 상영된 장·단편 중 투표를 통해 선정된 ‘독립영화 100선’을 발표”했다며 김동현 위원장은 “서독제를 비롯한 독립영화의 역사들을 찾아가는 하나의 경로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올해 서독제 개막작은 백현진 배우가 연출한 연극 <백현진쑈: 공개방송>에서 시작된 박경근 감독의 <백현진쑈 문명의 끝>이다. 백현진 배우는 “출연작, 연출작에 이어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과 함께 서독제에 참석하게 됐다”며 “기후변화로 호모사피엔스가 멸망하는 그때까지 서독제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서독제의 미래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