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할리우드 코메디 클래식] - 18일부터 열려
2004-02-16
글 : 유운성 (영화평론가)

웃자 웃자! 하워드 혹스, 막스 브라더스의 익살1930~5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 한자리, <베이비 길들이기> <덕 수프> 등 총 14편 상영

코미디의 역사는 영화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라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이때 뤼미에르 형제의 단편 <물 뿌리는 사람>(1895)은 그 좋은 예로 간주된다. 또한 코미디는 그 역사가 오래될 뿐만 아니라 무척이나 생명력이 긴 장르로 여겨지며, 100년이 넘는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감독들과 배우들의 수 또한 결코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의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그리고 프랑스의 자크 타티는 이 장르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곡예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몸동작과 때로 과격하기까지 한 무정부주의적 상상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무성영화 시기의 코미디- 흔히 슬랩스틱코미디 혹은 익살광대극(burlesque)으로 불리곤 하는- 는 유성영화의 도입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유성영화의 도래 이후, 창의적인 방식으로 무성영화 시기 코미디의 스타일을 계승, 혁신시킬 수 있었던 인물은 아마 자크 타티가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문제가 되었던 유성영화 초기의 기술적 제약은 오래지 않아 해결되었고 이에 따라 1930년대의 할리우드는(대략 2차대전이 끝나는 194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바야흐로 재기 넘치는 대사와 성적인 활기로 넘치는 로맨틱코미디, 혹은 스크루볼코미디 장르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게 된다. 미국적 민주주의의 신봉자였던 프랭크 카프라, 장르 자체가 지닌 잠재적 활력을 최고조로 실현시켰던 하워드 혹스, 섬세하고도 신랄하며 미묘한 스타일의 에른스트 루비치, 그리고 고도의 자의식이 깃든 코미디를 만든 프레스톤 스터지스는 이 시기 할리우드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한편 익살스런 광대들의 전통 또한 계속해서 이어졌다. 막스 형제, 로렐과 하디, 애보트와 코스텔로, 그리고 딘 마틴과 제리 루이스 콤비가 등장하는 일련의 영화들은 여전히 대중들의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비록 미국 내 지적인 관객의 흥미를 끌기엔 지나칠 정도로 ‘천박한’ 영화들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제리 루이스의 영화 같은 경우 바다 건너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짐 캐리가 제리 루이스의 흔적을 (비록 불완전하나마) 현대에 다시 끌어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좀더 흥미로운 예는 장 뤽 고다르가 <미녀갱 카르멘>(1983), <리어왕>(1987)과 <오른쪽을 살펴라>(1987) 등의 영화에서 제리 루이스의 표정을 불러들일 때이다. 이로써 고다르는 한 평자의 지적대로 동시대의 관객에게 스스로가 (영화에 관한) ‘미치광이 교수’(nutty professor)- 제리 루이스가 주연, 감독을 맡은 1963년 영화의 제목- 임을 선언하고 있는 듯하다.

때로 코미디는 이른바 (채플린이나 타티 같은 드문 예를 제외하면) ‘진지한’ 영화들에 비해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거나 멸시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프레스톤 스터지스의 <설리반의 여행>에서 진지한 영화를 만들고자 여행을 떠났다가 미키 마우스 영화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죄수들의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되는 주인공의 깨달음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웃음은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며 흡사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영화가 좀더 순수하게 웃음에 몰두할수록 그것의 힘은 더욱 강력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서울 시네마테크 주최로 열리는 이번 "할리우드 코메디 클래식"은 2월18일부터 2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