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인터뷰] <실미도>로 ‘1천만 신화’ 세운 강우석
2004-02-17

북파공작원 부대의 비극적인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공동제작 시네마서비스ㆍ한맥영화)가 15일까지 전국 극장에서 985만6천명을 불러모았다. 19일께 역사적인 1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실미도> 제작 관계자들이 16일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시네마서비스의 실질적인 대표이자 연출자인 강우석 감독, 공동제작자 김형준 한맥영화 대표,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씨네2000 대표)과 함께 허준호, 정재영, 강신일, 임원희, 이정헌, 엄태웅, 김강우 등 출연배우들이 참석했다.

강우석 감독은 "18일 배급계약을 마무리짓느라 일본에 건너가기 때문에 미리 조촐한 감사 인사 자리를 미리 마련했다"면서 "다른 한국영화를 위해 최고의 조건으로 일본 시장에 배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춘연 이사장은 "영화인들이 꿈 속에서나 생각했던 일을 동료가 이뤄내 뿌듯하다"면서 "15년 동안 강우석 감독의 영화인생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같은 성공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준 대표는 역사적 사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영화가 흥행하고 나자 사실과 다른 대목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실미도'의 공로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다음은 강우석 감독과의 일문일답.

-1천만 관객 고지를 눈앞에 둔 소감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일 마음은 없었고 도와주신 분들과 조촐하게 식사나 한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자리를 마련했다. 1천만명을 돌파하는 날 내가 한국에 없어 부득이 며칠 앞당겼다. 외국과의 배급계약이 대충 마무리되면 마음 편하게 주변 사람과 실컷 술을 마시고 싶다. 3월 한달은 간을 버리는 달로 잡아놓았다.

-일본과의 배급계약은 어떻게 되나.

=열흘 전쯤 일본을 방문해 어떤 조건으로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최근 일본 관계자들이 내한, 구체적인 조건을 내놓아 조율을 마쳤다. 이번에는 가서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 수입은 어뮤즈, 배급은 도에이(東映)가 맡고 후지TV와 아사히TV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극장 배급권은 미니멈 개런티 300만 달러로 우리측과 일본측이 입장 수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순수광고비만 300만 달러를 쓰고 스크린도 200개 이상을 잡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일본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적인 조건이나 내가 뒤따라올 다른 영화를 위해 "손해를 보면 우리가 물어줄 테니 최고 대우를 해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개봉 시기는 언제인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6월 말이나 7월 초에 일본에서 개봉된다고 들었다. <실미도>는 두 달 후쯤이다. <태극기…>가 일본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국내 극장가와는 반대로 <실미도>가 <태극기…>의 덕을 볼 것 같다.

-<실미도>로 번 돈은 얼마쯤 되고 이 돈을 어떻게 쓸 계획인가.

=해외는 제쳐두고 국내 흥행수입이 200억원쯤 되는데 시네마서비스가 60%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공동제작자 등의 몫이다. 지금은 후회하겠지만 출연배우 가운데 러닝 개런티와 같은 옵션이 붙어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설경구나 정재영 등은 술 취했을 때 "보너스는 전혀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이제는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지는 쪽으로 번 돈을 쓰겠다.

-<실미도>에 이어 <태극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자 영화계 일각에서는 "다양성이 훼손된다"거나 "대작영화에만 돈이 몰릴 것"이라는 등의 우려도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망하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오히려 주위에서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해온다. <실미도>가 잘 된 덕에 투자 유치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투자자나 관객도 선별할 수 있는 눈이 생겼고 영화인들의 내공도 길러졌다고 본다. 이제는 질만 확보하면 어느 장르든 터질 수 있다. 관객은 잘 만든 영화를 원하는 것이지 돈 많이 들인 영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차기작으로 계획하고 있는 <공공의 적2>도 제작비가 30억원이 채 안된다. 할리우드에서도 97년 <타이타닉>이 빅히트하자 작은 영화가 다 죽을 것으로 걱정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더욱이 앞으로 스크린이 적어도 500개(현재 약 1천100개)는 더 늘어날 것이므로 한두 영화가 `싹쓸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논리가 다양성을 확보해줄 것이다.

-시네마서비스의 독자 행보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려 있는데…

=플레너스에서 떨어져나와 누구랑 손을 잡는다는 등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았고 그런 이야기가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 어느 곳과 합병하거나 제휴하더라도 한국영화를 많이 만들고 충무로 정서에 맞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독점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가지는 않는다.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여 한국영화를 가장 많이 만드는 집단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1천만 신화를 세웠으니 이제는 국제영화제 수상에도 욕심이 날 것 같다.

=아직은 불안하다. 경영을 방치해 회사가 부도날 것 같은 걱정도 들었다. <실미도> 같은 큰 영화에 매달리다보니 결정이 빨리 내려지지 않아 실제로 제작편수가 줄더라. 한국의 영화시장은 아직 틀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당분간은 국내 영화시장의 안정과 발전에 매달릴 생각이다. 5년 후면 내 나이가 쉰이 되는데 그때쯤 되면 영화제에 욕심을 낼지도 모르겠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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