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현장취재] 일본 AV, 음란영화의 모든 것 - 그 현장을 가다
2004-08-04
글 : 이성욱 (<팝툰> 편집장)
욕망의 모자이크, 그 화염 속으로한국에 한발짝 더 다가선 일본 AV, 그 현장을 가다

“일본 AV(Adult Video: 모자이크 처리한 하드코어 포르노)를 왜 취재하려고 하죠?”라는 힐난조의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그때마다 속으로 뜨악했다. 아니, 어떻게 취재를 안 하지? 날마다 쏟아져들어오는 스팸메일의 대부분이 ‘모자이크 없는 일본 AV 있습니다’라는 광고들이고, 1시간 이용에 5천원인 인터넷 성인방에는 일본 AV가 종류별로 채곡채곡 쟁여져 있지 않은가. 음성적일 뿐이라고? 일본 AV를 편집한 영상이 june과 fimm의 모바일로 서비스되면서 장르로 안착했고,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미드나잇 채널은 일본 위성방송 스카이퍼펙TV에 두개의 AV 채널을 운용하는 JAM TV와 MOU를 체결하고 전략적 제휴에 들어갔다. 미드나잇 채널의 이강복 국장의 말은 일본 AV가 우리의 현실이 됐음을 알려준다. “19세 관람 이상의 일본 콘텐츠 허용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방송환경이 개선되면 우선적으로 JAM TV의 콘텐츠를 제공받는다는 거래를 튼 것이다. 약간의 기술적 효과를 가미하면 국내 방송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전략적 제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월께부터 한·일 배우의 공동출연, 공동투자로 공동제작을 시작하기로 했다. 국내 에로물 제작업체에 알아본 바, 일본 제작 기준으로 만든다 해도 배우 섭외에 어려움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물론 편집을 통해 양국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위를 조절할 것이다.”

일본 AV의 현지 취재는 이런 움직임들이 계기가 됐지만 취재의 방향은 LJ필름에서 준비 중인 <러브하우스>(가제, 감독·각본 김판수, 프로듀서 권재현)의 기획의도와 다르지 않다. <러브하우스>는 국내 법망을 피해 미국, 캐나다 등지에 서버를 두고 하우스-스튜디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인 대상 음란물 사이트 제작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대부분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자신들의 숙소이자 일터인 촬영용 스튜디오 가옥에서 불안정하고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의 삶을 통해 엄연히 존재하는 한국 포르노 산업의 실태와 그 들끓는 욕망의 세계를 조명해보고자 한다는 것. 말하자면 <러브하우스>는 “인터넷 시대의 한국판 <부기나이트>”다. 일본에선 하드코어 AV를 일반적인 대중문화와 어떤 차별점을 두고 수용하고 있으며 유통하고 있는가, AV 배우와 감독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그리고 AV 촬영현장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이런 궁금증을 염두에 두고 일본으로 향했다.

7월10일 도쿄는 노천 사우나다. 섭씨 35도. 본디 습한 도시가 거리에 나선 사람들의 땀을 쪽쪽 빨아마시려 든다. 현기증 나는 무더위를 헤치고 시부야 전철역 광장에 나섰다. 이글거리는 지열만큼 시야를 어지럽히는 거대한 인파. AV 제작사 ‘KMP’의 아키오 기타 프로듀서는 이곳에서 으레 스카우터들을 만날 수 있다며 청하지도 않은 길을 앞장선 참이다. AV 여배우의 절반 이상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이뤄진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20대 중반의 젊은 감독 쓰치야 유키쓰쿠는 길거리 헌팅을 나가면 빈손으로 돌아오는 적이 없다고 했다. 10명에게 제안하면 적어도 한명은 ‘OK’란다. 몰래라도 헌팅장면을 찍으려고 디카의 스위치를 올렸다.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 있게 두리번거리던 아키오 기타가 갸우뚱한다. “어∼, 이상하네. 오늘은 안 보인다.” 같은 업계의 스카우터들 얼굴을 죄다 알고 있기 때문에 확실하다고 한다. 하긴 이렇게 짜증나는 날씨에 괜히 말 잘못 붙였다가는 욕만 먹기 십상이다.

여배우 절반 이상 길거리 캐스팅 일본 최대의 음반·비디오·DVD 체인점 쓰타야 본점이 맞은편에 있다. 유리로 된 건물 한면이 거대한 전광판 구실을 하는 시부야의 상징 아닌 상징이다. 쓰타야 안의 AV 코너는 18살 아래로는 통과가 금지된 작은 문 너머 독립된 매장으로 꾸며져 있다. 여배우편, 기획편, 중고 DVD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한가운데 각종 인기 차트에서 1위를 달리는 AV 배우 오이카와 나오가 활짝 웃고 있다. 팬들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와 함께 전시된 브로마이드 사진은 오이카와 나오뿐이다.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는 그가 어쩐지 반갑다.

KMP의 <여자고등학생을 사냥하다> 촬영장인 신주쿠 사사즈카의 4층짜리 건물은 부동산 임대업자 소유의 AV 전용 세트장이다. 층마다 복도를 끼고 네댓개의 방이 갖가지 세트로 꾸며져 있다. 병원, 교실, 침실, 거실, 주방…. 감쪽같다. 지하에도 촬영 공간과 분장실 등이 있으니 상당한 규모의 세트장이다. 도쿄에만 이런 AV 전용 세트장이 십여곳 있고 단독 맨션이나 방은 셀 수 없이 많다고. 하긴 연간 3만편을 쏟아내야 하지 않은가. 하루 임대료 20만엔(약 200만원)을 넉넉히 뽑아내려는 듯 4편의 촬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스케줄표를 보니 아침 8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세트별로 배우와 스탭의 동선이 빼곡히, 그러나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여배우 네명의 의상도 시간순으로 알기 쉽게 정리돼 있다. 치과의사, 상복, 간호사, 교사, 여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