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현장취재] 일본 AV, 음란영화의 모든 것 - AV에도 작가성은 있다?
2004-08-04
글·사진 : 이성욱 (<팝툰> 편집장)
경력 8년의 중견감독 아키 히데토

익히 알려졌듯 현재 일본 영화계의 대가 중에는 소프트코어인 로망포르노와 핑크영화 출신이 제법 된다. 그렇다면 하드코어인 AV도 대가를 키우는 토양이 될 수 있을까? 히로키 류이치가 <바이브레이터>로 메이저에서 인정받고, 히라노 가쓰유키가 야마가타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로 상을 받았으며, 모치쓰키 로쿠로우는 야쿠자영화 전문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의 가능성이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AV 감독들의 꿈은 어디에 닿아 있을까? 경력 1년의 젊은 감독 쓰치야 유키쓰쿠와 경력 8년의 중견 감독 아키 히데토는 공히 영화전문학교 출신이다. 15편을 만든 쓰치야 유키쓰쿠는 자주영화를 하고 싶었으나 제작비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AV에 들어온 사례.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잘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한달에 2편 만든다. 죽을 때까지 AV 하겠다는 이들도 많은 데 존경스럽다.” 너스레를 떠는 그는 지금은 샐러리맨이나 다름없지만 언젠가 다시 자주영화, 특히 다큐멘터리를 찍을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키 히데토도 처음에는 수오 마사유키나 구로사와 기요시처럼 영화감독의 포부를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목적이 사라졌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굳이 그쪽으로 가지 않아도 작가성을 만족시킬 조건이 이곳에도 있으며, AV 안에서 톱이 되고자 한다. 이미 자기 개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감독들이 꽤 있다.” 미국 포르노산업의 변천사를 그린 폴 토머스 앤더슨의 <부기나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 얘기처럼 재밌었고 공감도 갔다. 슬픈 부분도 있었고. 왜 그렇게 됐는지 알 것 같았다.”

경력 1년의 젊은 감독 쓰치야 유키쓰쿠(오른쪽)

서로 다른 색깔로 작품의 개성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들이었지만 자꾸 메이저로의 진출 가능성을 캐묻는 자신이 어느 순간 ‘오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단지 지금의 선택에 충실할 뿐이라는 듯 난처한 표정을 슬쩍슬쩍 지었다. “AV가 하위 장르이긴 하지만 그 그림자를 벗어나 일본 안에서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고 되풀이하는 질문에도 마찬가지 표정이 읽혀졌다. 어느 순간부터 자꾸 기사가 되는 쪽으로 ‘유도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AV는 그냥 AV일 뿐’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내심 맥이 풀렸다. 극장영화 제작, 해외진출 등 다각화




쓰치야 유키쓰큐는

일본 AV는 음지의 거대한 산업이지만, 최근 장르영화를 표방한 오이카와 나오의 박스세트 출시처럼 본격적으로 양지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업계 랭킹 1위의 SOD는 “AV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회사가 주력하기로 했다”고 나다야 게이치 편성부장이 전했다. 그 일환으로 아동용 극장애니메이션 <단칸방 프로레슬링>을 제작 중이며 오는 12월 SOD가 직접 마케팅·배급을 맡기로 했다. 극장용 영화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대만 등 해외진출도 시동을 걸었다.

JAM TV는 지난해 말 한국 현지법인 ‘JAM 코리아’를 세웠다. 아이돌 스타의 수영복 영상이 중심인 ‘이미지 비디오’의 한국 버전을 제작해 일본으로 수출하고, 모바일 콘텐츠 제공에 이어 8월부터 웹 서비스를 개시한다. 오노 다다시 JAM 코리아 사장은 “AV 말고도 이미지비디오가 일본 안에서 큰 시장인데, 한국에선 아직 이 시장이 없어 가능성이 보인다”며 “웹 서비스는 AV제작사 크리스탈 영상이 **.co.kr, ***.co.kr 등 두개의 사이트를 공식 운영하고 있어 우리가 좀 뒤처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웹->게임 순으로 한국 진출 경로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스팸메일로, 인터넷 사이트로 암암리에 퍼지던 일본 AV가 우리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