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파리] 빛과 소리의 예술, 장애인도 함께 즐긴다
2004-09-17
글 : 차민철 (파리 통신원)
파리 아를르켕 극장,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수상영 시스템 설치 중

영화 <홀랜드 오퍼스>(1995)의 마지막 신에는 음악가인 아버지가 청각장애를 겪고 있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빛을 통해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파리시는 오는 9월22일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해 상영관 두곳에 특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파리 6구에 위치해 있는 아를르켕 극장 3개의 상영관 중 두곳이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이다. 아를르켕 극장은 그동안 한국영화를 비롯한 제3세계영화의 상영에 관심을 가져온 특색있는 극장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막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디스크립션 등의 특수시설이 갖추어지면 그동안 영화관람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도 극장을 찾을 수 있게 된다.

9월22일 첫 상영회에서는 올해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오른 아녜스 자우이의 <이미지처럼>(2004)이 실제로 청각언어 장애를 겪고 있는 배우 에마뉘엘 라보리가 참석한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또는 케이블채널 등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자막이 상대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 중 하나는 시각장애인에게까지도 영화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데 있다.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별상영은 주중 1일 1회, 주말 1일 2회에 걸쳐 이루어진다.

오디오 디스크립션과 사운드를 설명해주는 특수자막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영화 한편당 7500유로 정도이며 이 비용은 파리시가 부담한다. 한편 적외선 헤드셋의 설비를 위해서는 돌비가 2만유로의 금액을 후원할 예정이다. 파리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출발점으로 향후에는 좀더 많은 극장에 이러한 시스템이 확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시청각 장애인은 물론 시력과 청력이 쇠퇴한 노년층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빛과 소리의 매체인 영화를 시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까지도 향유할 수 있다면 영화의 가능성은 좀더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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