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여덟무덤마을> 여덟 무사들의 원한과 저주
2005-06-16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를 보고 나니 문득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고립된 섬 안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 극단적인 집단 이기주의로 점철된 냉혹한 모습의 엔딩은 여러 가지로 노무라 요시타로의 <여덟무덤마을>을 연상케 한다.

이 영화는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전쟁에 패한 장수와 그의 휘하 일곱 명의 사무라이들이 힘겨운 도피 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부상을 입고 오랜 시간 도주를 한 까닭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숲을 헤매고 폭포를 가로지르며 도착한곳은 어느 산등성이. 그들은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한 작은 마을을 내려다보며 생의 마지막을 그곳에서 보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인간의 추악한 욕망은 여덟 명의 사무라이들을 편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탐욕에 눈이 먼 마을 사람들이 잔치를 열고 사무라이들을 유혹, 잔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그로부터 마을에는 무서운 일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여덟무덤마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으로 수백 년의 시간 동안 이어져온 원한과 저주, 그리고 복수의 행각을 박력 있게 그려낸다. 또한 정통 추리 영화답게 마을의 저주를 교묘히 이용한 연쇄살인극이 끼어들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탐정을 등장시킴으로서 흥미를 배가시킨다.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가는 인물은 일본 최고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요즘 유행하는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여덟무덤마을>은 시대극에서 추리 장르, 그리고 사건의 종장을 장식하는 동굴 추격전에서는 호러 영화로서도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는 영상이 매우 강렬하다. 마을 주민들이 휘두르는 낫과 창으로 사지가 찢겨지며 죽어가는 사무라이들. 훗날 그들의 저주로 인해 미쳐버린 마을 지주 타지미 요조가 수십 명의 마을 사람들을 살해하고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기괴한 모습으로 질주하는 광경은 한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인간이 가진 집단 이기주의를 광란의 살인극으로 담은 영화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이 원작으로,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로 일본 국민 배우가 된 고 아츠미 기요시가 긴다이치 코스케를 연기해 주목을 끈다.

DVD로서의 화질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음향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전면적인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으로 2채널임에도 꽤 섬세한 소리를 들려준다. 특히 영화 곳곳에서 빛나는 장중한 스코어의 매력이 대단하다. 부록은 시네마 기행, 여덟무덤마을 다큐멘터리가 볼만하다. 제작 당시의 자료 화면과 무대가 된 장소의 현지답사 성격의 부가 영상이다. 또한 다섯 가지 버전의 예고편을 통해서 원작자 요코미조 세이시의 생전의 모습과 제작 발표회, 녹음 현장을 엿볼 수 있다.

제작 당시 모습
촬영 현지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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