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극일기> 임필성 감독 인터뷰
2005-06-27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남극일기 노래방 부록은 어떨까?"

대작 영화들은 자연스레 DVD 타이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물론 대작이 늘 훌륭한 퀄리티의 DVD로 제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는 극장에서 본 순간부터 기대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기존 한국 영화들보다 분명 한 수 위의 수준이었던 인상적인 사운드, 그리고 영화적 규모 역시 제작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오는 7월이나 8월중 국내 발매 예정인 <남극일기> DVD를 만나기 전에, 평소 DVD광으로 소문이 자자한 그로부터 제작에 대한 얘기를 미리 들어보았다.

가와이 겐지의 음악을 비롯해 효과음이 인상적이다. DVD 타이틀이 나왔을 때 그 부분도 기대가 된다.

영화에서 음악을 생각했을 때 무대도 한정이고 인물도 한정적이고 해서 관객을 매료시킬 무기들이 많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음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겼다. 당시는 추상적이면서도 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작곡가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신인도 생각했지만 영화적 규모를 생각하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남극일기>를 계획하면서부터 가와이 겐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덕분에 그쪽 라인으로 연결이 되면서 이런 저런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보냈더니 좋다고 하더라.

영화를 만들기 전에 일본에서 만났고, 뉴질랜드 촬영 현장에도 그가 직접 방문을 해서 현장 체험을 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남극을 인격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이명주씨의 보컬이 들어가면 괜찮지 않을까 했더니 그도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녹음을 하고 진행을 했다. 특히 가와이 겐지가 호러적인 컨셉을 잘 이해를 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만족스러운 음악이 나왔다.

사실 <남극일기>에서는 영화 음악이 30곡정도 들어가 있는데 관객은 그걸 잘 모르고 있더라. 음향 역시 많은 공을 들인 부분이다. DVD 출시 전에 믹싱을 다시 한번 해보고, 극장 개봉 시에 소리가 잘 안 들렸다 이야기들이 많아서 타이틀 제작에서 최종적으로 체크를 해보려고 한다. 6.1채널로 믹싱이 되었고, 원래 레퍼런스 극장이나 사운드 시스템을 기준으로 제작이 되었기 때문에 DVD 타이틀에서도 음향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DVD광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광 출신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비디오에서 LD로…. 그리고 97년부터 DVD를 보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보게 된 것은 같은 영화광 출신인 최원준씨의 영향이었다. 그 뒤론 내가 전파를 하기 시작했고…. (웃음)

DVD에 매료가 된 것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비디오가게 점원을 하면서 영화 공부를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한다. 타이틀 구입비는 일종의 수강료라고 생각한다. 영화만 수록한 비디오와 달리 DVD는 참고할 것들이 많다. 특히 감독들이 직접 하는 음성해설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건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다.

화질이나 음향과 같은 AV적인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내게는 타이틀에 수록된 부록들이 더 매력적이다. 작품이 우수하면 구린 화질이나 음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DVD광이라는 표현보다는 영화광이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남극일기>는 많은 준비와 참고 자료가 필요했을 텐데, 그 가운데 DVD 타이틀도 도움이 되었는가.

DVD Topic에서 다룬 남극 관련 영화 기사를 봤다. 거기 포함된 영화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DVD로 접했던 것들이다. 남극이란 무대가 흔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서 어떻게 재현하는지 참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구할 수 있는 대로 구해서 남극 관련 영화를 보고, 타이틀에 수록된 부가영상들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사실 남극보다는 북극이 버라이어티한데, 영화적으로 구성하기에는 쉽지가 않은 것이 단점이었다. 굳이 남극뿐만 아니라 북극이 배경인 영화들도 봤었고, 소설로는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과 같은 작품도 제법 참고가 되었다.

<남극일기> DVD 제작은 언제부터 염두에 두었는가.

동료, 선배 감독들이 워낙 타이틀을 잘 만들어 출시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편 자체의 AV 퀄리티가 중요하기 때문에 촬영감독과 함께 신경을 썼고 삭제장면의 경우 미리 편집을 해놓고 진행했다. 뉴질랜드에서 총리가 방문했을 때 따로 DVD를 위해서 찍어놓은 영상들도 있다. 특히 CG쪽 자료 보관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내가 찍은 단편영화들 소스도 직접 잘 보관을 했으니, 이 정도면 충실히 준비를 한 것 아닌가.

그럼 DVD 제작을 위한 별도의 팀이 있었는가.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혹 감독들이 영화사를 하면서 진행을 한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영화제작 동시에 DVD 제작을 위한 팀을 따로 꾸리기는 국내 여건상 힘들다. 2차 매체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작은 탓이다. 앞으로 차차 개선되고, 시장이 넓어진다면 별도의 DVD 제작팀이 꾸려지지 않을까.

극장과 달리 추가장면이나 재편집 등의 감독판이나 확장판에 대한 것은.

지금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다만 부록을 통해서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모호하게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삭제장면을 통해서 제공이 될 것이다. 현재는 그것들 가운데 영화 흐름과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삭제장면에 대한 작업은 이미 진행되었다. 사실 본편에 추가장면이나 재편집과 같은 작업은 감독으로서 조금 욕심이 나지만, 영화가 흥행이 잘 안 된다면 DVD 제작 역시 여러 장애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그 점이 안타깝다.

DVD 타이틀에 어떤 자료들이 수록되는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촬영감독과 CG쪽 파트의 음성해설, 물론 나와 배우들의 음성해설도 예정에 있다. 그리고 영화가 기술적인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한 부가영상들이 들어가게 된다. 아무래도 시각적인 비주얼과 사운드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에 이들 부록들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반드시 들어갔으면 하는 부록은, 지난해에 박해일, 윤진서와 찍은 <모빌>이란 단편영화다.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것인데, 일류대에 다니던 막내아들이 부모를 토막살해해서 지하철역에 한 토막씩 버리고 다닌 사건이었다. 이야기 특성상 판타지나 호러 장르의 관습이 많이 녹아 있기 때문에, 수록되면 장르영화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

한국영화 타이틀의 부록은 그 양에 비해 내실이 부족한 편이다. <남극일기>에서는 좀더 재미있고 감각적인 부록을 기대해도 될까.

1차적으로 감독들이 나서서 귀찮게 해야 좋은 타이틀 구성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살인의 추억> 때 지켜보니까 한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해야만 타이틀이 제대로 나오는 것 같다.

재미있는 부록이라면 생각해둔 것이 있다. <남극일기>를 찍으면서 뉴질랜드 풍경을 많이 찍어두었는데, 이를 이용한 노래방 같은 부록이다. (웃음) 이건 이스터 에그로 넣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제작사에 얘기했더니 괜찮다고 하더라. 찍은 영상이 몇 시간 분량이어서 충분하고, 또 영화가 좀 무겁고 해서 가벼운 성격의 부록이 있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 평가에 대한 생각은?

지난 일이지만 박찬욱 감독을 만났을 때 <올드보이 UE>로, 인터넷에서 항의가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물론 소비자의 의견은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네티켓을 지킬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특히 색감과 관련한 DVD 리뷰들을 보면 이건 아닌 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어떤 경우에도 색감은 영화를 만들 당시의 최초 의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올드보이>의 경우 최초 버전에서 블랙이 너무 짙다고 난리가 났었지만, 그건 만든 이들이 의도한 것이다.

결국 UE 버전이나 파이널의 경우 일반적인 색으로 변화를 했는데, 극장에서 보는 것과 디지털 환경에서 보는 간격을 줄이는 것도 좋지만, 일부 마니아들이 원하는 것을 맞추기는 힘이 든다. 자기 취향에 맞춰 ‘피부톤이 왜 이 모양인가’라는 항의는 창작자에 대한 폭력이나 다름없다.

때때로 AV적인 논쟁을 지켜보면, 너무 영화를 머리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사실 그렇게 영화를 보게 되면 한계 또한 존재하는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 자체라고 생각한다. 너무 AV에 집중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좋지 않은 것 같다. 나 나름대로 비디오에서 LD, DVD를 거치면서 영화를 보고 있지만 그런 논쟁들이 안타깝다고 생각을 한다.

나만의 타이틀이 있다면?

<할로윈> 앵커베이 한정판

엘리트에서 나온 <리-애니메이터 ME>를 좋아한다. 그리고 <천상의 피조물>도 좋아하는데, DVD 타이틀이 너무 무성의하게 나와서 피터 잭슨을 만났을 때 물어보니, 나중에 시간이 나면 부록을 추가할 생각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파이트 클럽>의 경우는 누구나 생각하는 레퍼런스 타이틀이고, 국내 타이틀 중에서는 <살인의 추억>을 좋아한다. 극장에서의 느낌을 잘 살린 모범적인 타이틀인 것 같다.

물론 앵커베이에서 나온 <할로윈>도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이다. 특히 존 카펜터의 1편은 정말 걸작이다. 추상적인 것들의 롱샷도 좋고,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적인 느낌, 그리고 마이클 마이어스가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장면의 공포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아! 이 타이틀은 원래 친구에게 빌려서 본 거였는데 뺏어서 지금은 내 것이 되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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