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고풍의 바람이 거세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이후 액션 영화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화려하게 변화를 했지만 너무 지나치면 관객도 식상하기 마련. 그래서인지 이따금씩 80년대 극장가를 장악했던 단순, 무식 액션 영화들이 등장한다. <퍼니셔>에 이어 <트리플 X : 넥스트 레벨>이 바로 그 뒤를 잇는 작품이다.
리 타마호리의 <트리플 X>는 어찌된 연유인지 익스트림 스포츠와 액션을 결합하며, 신세대 스파이 액션을 선보였던 전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여전히 화면은 뽀사시하고 화려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람보>나 <코만도> 같은 80년대 밀리터리 액션물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그들의 대사들 역시 "우린 전편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아"라며 항변을 하는 듯이 보인다. 진짜 무대뽀식이다.
결론적으로 <트리플 X : 넥스트 레벨>은 보고 나면 남는 것 하나 없는 단순한 액션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영화적 구성 요소들을 따지지 않고 '액션' 그 자체만 두고 본다면 꽤 화끈한 영화다. 적어도 주어진 시간 동안은 키득거리며 즐길 수 있으니 오락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여겨진다. 이런 영화에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이야기의 치밀함을 기대했다면, 아이스 큐브에게 한 소리(그는 이 영화를 젊은 007 정도로 생각한다) 듣지 않을까?

이 단순 액션물을 영화 자체로서만 평가를 한다면 B 정도의 점수가 한계이지만, DVD 타이틀은 영화를 보다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어 좀 더 점수를 올려줄 필요성을 느낀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주인공은 박력 넘치는 사운드의 활약에 있다.
이 타이틀은 정말 소리가 좋다.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어썰트 13>과 함께 하반기 블록버스터 타이틀이 나오기 전까지는 서로들 '내가 최고'라고 떠들어도 좋을 수준이다. 도입부부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총격전에서의 효과음은 아이스 큐브의 이미지처럼 힘이 넘치며, 작은 소리들까지 놓치지 않고 또렷하게 들려준다. 또한 폭발씬에서 묵직한 저음의 폭풍이 지나간 후, 다시 한번 조용히 귀전에 와 닿는 잔향음의 효과가 일품이다.
부록은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 메이킹 필름과 제작진의 음성 해설, 삭제 장면 등이다. 음성 해설은 2가지를 제공하는데 하나는 리 타마호리 감독과 각본을 맡은 사이먼 킨버그, 또 하나는 특수효과가 많이 쓰인 영화답게 시각효과를 담당한 스캇 파라, 린디 드 쿼타로가 맡고 있다. 볼만한 것은 영화가 유일하게 내세우는 액션 시퀀스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영화에 쓰인 무기 해설도 밀리터리 팬이라면 한번 볼만하지 않을까? (정보가 좀 부실해 화가 날 수도 있다) 전체적인 부록의 구성은 액션 오락물답게 재미있긴 하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이 대단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이런 노력을 했다" 식의 오버가 강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