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혈통인 듯한 한 남자가 공항에서 공중전화를 건다. 여자가 받는다. 그는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그 위로 ‘2001년 9월11일’이라는 자막이 뜬다. <함부르크 강습소>는 9·11 테러를 소재로 삼은 극영화다. 레바논의 부유한 가정 출신인 지아드는 함부르크대 유학 중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에 우연히 가입, 열성 단원이 된다. 이 영화는 당시 재판기록과 각종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가족과 연인에게 이해받지 못한 채 매순간 의지와 정신을 가다듬으며 테러를 준비하는 지하드 단원들의 5년은 길고 외롭고 거칠다. 그럼에도 이들은 버티고, 임무를 완성한다.
<함부르크 강습소>는 9·11 테러를 가해자의 시점에 동승해 봐주기를 바라는 영화다. 지아드가 항공학과 유학생 비자를 따내 미국에서 비행기 조종수업을 받는 따위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몇년 전 온 세계의 TV가 쏟아낸 장면이 뇌리에 오버랩되어 온 몸이 오싹해져 올지도 모른다. 그만큼 궁금증을 참기도 어려워진다. 왜 이들은 자살테러를 결심하는가? 오직, 신의 뜻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랍민족의 모욕과 속박의 시대는 끝났다. 알라신이여, 당신이 족하실 때까지 오늘 내 피를 취하소서” 부르짖을 때, 그들을 이해하거나 외면하기 위해서는 심정적인 선택밖에 남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