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대자객> 넘치는 비장미의 혈전
2005-10-17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펼쳐지 못하는 섭정

중국 전국시대. 한나라의 충신인 엄중자는 주상의 숙부이자 진나라와 결탁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한괴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자 제나라로 피해 간다. 제나라엔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서도 웅대한 뜻을 접고 일개 백정으로 살아가는 섭정이 있었는데, 엄중자는 스스로를 낮추고 섭정과 의형제를 맺고 그에게 암살을 부탁한다. 하지만 섭정은 효심이 깊었기 때문에 엄중자의 부탁을 거절하고 때를 기다린다.

자객은 모름지기 강한 인내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 이건 자객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리고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며,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하게 작업을 마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 되며, 혹시라도 협의 마음을 품어서는 곤란하다. 그건 자객이라기보다는 협객의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성안에서 벌어지는 혈전! 혈전!

넘치는 비장미와 폭력의 미학을 추구한 장철의 <대자객>은 사마천의 <사기> 자객열전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자객 가운데 섭정이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섭정은 그들 자객 가운데 그다지 인기가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하지만 섭정은 장철 영화가 지닌 비장미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의 최후가 남다른 까닭이다. 전체적인 영화 구성은 장철의 대표작 <독비도>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그 이유는 단 한 번의 결전을 위해서 짜여진 이야기의 특성 때문이다. 그래서 섭정이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중간 과정이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늘어지는 순간에도 자객 영화로서의 매력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섭정은 자객으로서의 기본적인 조건을 만족시킨다. 그의 살초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인내’를 보여준다. 또한 단순히 의뢰를 받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섭정을 복수의 길로 이끄는 것은 협의 마음이다. 그는 칼을 쓰는데 있어 추호의 망설임도 없다. 단숨에 암살 대상인 한괴를 살해하고 수많은 군사들과 싸우면서 자결한다. 그 자결의 순간은 너무도 대단해 일순 숨이 멎을 정도로 강렬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배를 찌르고 자결하는 섭정

섭정은 일을 마친 후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스스로 배를 찌르고 눈을 베어 상처를 입히며 죽어간다. 자객으로서의 마지막 본분을 다한 것이다. 허나 섭정을 움직이게 만든 협의 정신 덕분에 그는 자객이면서 또한 협객이기도 하다. <대자객>은 다른 장철 영화에 비해 액션의 빈도는 매우 낮은 편이지만, 성안에서 벌어지는 라스트의 혈전은 비장미의 극치를 맛보게 한다. 장철과 왕우의 환상적 만남이 일궈낸 <독비도>의 전설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걸출한 작품이다.

<대자객> DVD는 다른 쇼브라더스 타이틀처럼 제작년도를 의심케 할 정도로 화질이 뛰어나다. 왜 DVD타이틀로 고전 영화를 봐야하는지, 그간 나왔던 쇼브라더스 영화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음향은 간혹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부록으로 오승욱 감독과 주성철 기자의 음성 해설 등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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