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세계]
<쿠조> 네가 광견병을 알아?
2005-11-28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이티 엄마 '디 왈라스 스톤'
쿠조의 공격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 ‘개’이지만, 공포영화에서 개들이 등장하면 그들은 더이상 인간과 친숙한 존재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때론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가 작은 시골 마을을 피로 물들이는 <쿠조>가 이를 소름끼치도록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개를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 가운데 새뮤얼 풀러의 <마견> 다음으로 쳐줄 만한 자격이 있다. 비록 <마견>처럼 진지한 주제 의식을 담진 않았지만, <쿠조>는 오락성을 앞세운 순수한 공포의 존재로서만 개를 다루고 있다.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광견의 습격>을 제외하면 <쿠조> 정도의 광기를 지닌 개 영화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영화는 유혈낭자한 폭력장면을 담고 있다. 그것들이 고어영화들에서 흔히 접하는 사지절단과 피범벅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 느낌은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실적인 영상 덕분이다. 쿠조가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훈련을 잘 받은 개의 열연이 아니라, 마치 실제 상황을 찍은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리얼하다. 이는 쿠조를 연기한 개의 연기가 그만큼 탁월했음을 증명하지만, 공격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촬영(얀 드봉 촬영감독)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광견병으로 미쳐 버린 쿠조의 위용

특히 고장난 차 안에 갇힌 모자와 밖에서 어슬렁거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쿠조와의 대치 상황은 서스펜스가 충만한 훌륭한 명장면이다. 무려 30분이 넘는 이 대치 상황은 개와 인간의 심리전이라 할 만큼 긴박감 있게 묘사되어 있고,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격언을 쿠조를 향해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쿠조>는 영화 자체만으로 충분히 재미있고 무서운 영화이다. 하지만 좀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스티븐 킹이 쓴 원작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여러모로 득이 된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들, 즉 쿠조가 광견병에 걸리면서 겪는 심리적인 변화들이 소설에서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쿠조가 왜 그렇게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대단히 광폭하지만, DVD 타이틀은 예고편 하나 없는 썰렁한 모양새다. 영상은 4:3 풀스크린으로 화질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음향이 모노라는 점이다. 쿠조의 으르렁대는 소리를 혹시라도 5.1채널로 듣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쿠조의 사나운 이빨
기회를 엿보는 쿠조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