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DVD]
[B급 세계] 미친 개가 으르렁대는 소리의 공포, <쿠조>
2005-12-02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 ‘개’이지만, 공포영화에서 개들이 등장하면 그들은 더이상 인간과 친숙한 존재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가 때론 가장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가 작은 시골 마을을 피로 물들이는 <쿠조>가 이를 소름끼치도록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개를 주인공으로 한 공포영화 가운데 새뮤얼 풀러의 <마견> 다음으로 쳐줄 만한 자격이 있다. 비록 <마견>처럼 진지한 주제 의식을 담진 않았지만, <쿠조>는 오락성을 앞세운 순수한 공포의 존재로서만 개를 다루고 있다.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광견의 습격>을 제외하면 <쿠조> 정도의 광기를 지닌 개 영화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영화는 유혈낭자한 폭력장면을 담고 있다. 그것들이 고어영화들에서 흔히 접하는 사지절단과 피범벅의 수준은 아니지만, 그 느낌은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실적인 영상 덕분이다. 쿠조가 인간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훈련을 잘 받은 개의 열연이 아니라, 마치 실제 상황을 찍은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리얼하다. 이는 쿠조를 연기한 개의 연기가 그만큼 탁월했음을 증명하지만, 공격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촬영(얀 드봉 촬영감독)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고장난 차 안에 갇힌 모자와 밖에서 어슬렁거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쿠조와의 대치 상황은 서스펜스가 충만한 훌륭한 명장면이다. 무려 30분이 넘는 이 대치 상황은 개와 인간의 심리전이라 할 만큼 긴박감 있게 묘사되어 있고,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격언을 쿠조를 향해 휘두르는 야구방망이를 통해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쿠조>는 영화 자체만으로 충분히 재미있고 무서운 영화이다. 하지만 좀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는 스티븐 킹이 쓴 원작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여러모로 득이 된다. 영화에서는 자세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들, 즉 쿠조가 광견병에 걸리면서 겪는 심리적인 변화들이 소설에서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쿠조가 왜 그렇게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대단히 광포하지만, DVD 타이틀은 예고편 하나 없는 썰렁한 모양새다. 영상은 4:3 풀스크린으로 화질은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음향이 모노라는 점이다. 쿠조의 으르렁대는 소리를 혹시라도 5.1채널로 듣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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