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칼럼]
‘어린 신부’ 활개 “언니들이 결혼을 알아?”
2006-03-23
글 : 윤영미

여고생·재수생 신분으로 과외교사·이혼남과 결혼하고
씩씩하게 시련 이겨내 당당한 신세대 여성상 당당

사진 왼쪽부터 한국방송의 ‘걱정하지마’, 문화방송의 ‘궁’ 과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여성들의 결혼이 점차 늦어지고 있는 현실과 달리 ‘어린 신부’가 등장하는 드라마가 부쩍 늘고 있다.

문화방송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극본 정현정, 연출 이태곤)는 20일 방송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은민(이영아)이 어머니(박원숙)의 반대를 이겨내고 과외선생 태경(홍경민)과 결혼식을 올렸다. 은민이 임신했다고 속이자 어머니가 마지못해 결혼을 허락한 것이다.

4월1일 첫 방송을 시작할 한국방송 2텔레비전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극본 문영남, 연출 배경수)의 막내딸 종칠(신지수)이도 ‘어린 신부’ 대열에 합류한다. 재수생인 종칠은 군인 출신의 엄격한 아버지 눈을 피해 과외선생이던 법대생 태자(이승기)와 몰래 데이트를 하다가 하룻밤 실수로 임신을 한 뒤, 태자 어머니의 반대에도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다. 과외선생과 결혼하는 설정 또한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와 똑같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의 태경이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자수성가했다면, <소문난 칠공주>의 태자는 부잣집 아들이라는 점, 또 태경과의 결혼을 꿈꾸던 은민이 거짓 임신으로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반면, 종칠은 진짜로 임신해 어쩔 수 없이 결혼한다는 점은 서로 정반대이다.

이밖에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궁>(극본 인은아, 연출 황인뢰)에서 황태자 신(주지훈)과 정략결혼을 한 뒤 신분의 차이를 넘어 진실한 사랑을 배워가는 황태자비 채경(윤은혜)도 극중 여고생으로 ‘어린 신부’이다.

‘어린 신부’를 주인공으로 가장 먼저 등장시킨 드라마는 지난해 말 방송을 시작한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아침드라마 <걱정하지마>(극본 김사경 박예경, 연출 한정희 이소연). <걱정하지마>에서 스무살 재수생인 은새(이영은)는 딸을 둔 이혼남 외과의사 세찬(윤다훈 분)과 18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만들어간다.

이들 드라마 속의 ‘어린 신부’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 속에서도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차츰 깨달아가며 신세대다운 결혼 생활을 보여주게 된다.

<걱정하지마>의 박예경 작가는 “요즘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게 흐름이긴 하지만, 신세대들은 조기 결혼이나 나이 차가 많은 사람과의 결혼, 혼전 임신 등 사랑과 결혼에 대해 금기가 없다”며, “드라마에 ‘어린 신부’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더욱 자유로워지고 당당해진 여성상을 보여주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서 은민이 임신을 볼모로 결혼 허락을 받고, <소문난 칠공주>에서 종칠이 임신한 사실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는 등 혼전 임신과 관련한 설정이 구태의연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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