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어둠 속의 심장박동>의 나가사키 순이치 감독
2006-04-30
글 : 이영진
사진 : 이혜정
“의미없는 리메이크는 싫다”

나가사키 슌이치는 일본 자주영화 1세대를 대표하는 이름이다. 1970년대 8mm 카메라를 들고 영화광들의 향연을 주도했던 그가 “메이저와 인디펜던트를 오가며 작업하는” 중견 감독이 되어 전주를 찾았다.

신작 <어둠 속의 심장박동>은 1982년 그가 만든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 “4, 5년 전부터 원작의 프로듀서가 몇차례 제안했는데 거절했다. 삶도 리메이크를 할 순 없잖나. 먼저 과거의 내 영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때를 기다려야 했고, 과거와 뭔가 다른 새로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도 필요했다.” 고민이 더해질수록 영화의 형식도 복잡해졌다. <어둠 속의 심장박동>은 자식을 죽이고 도주하는 젊은 부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리메이크지만, 원작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20여년이 지난 뒤 같은 인물을 다시 연기한다는 점에서 후속편의 꼴을 띠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죄의식을 안고 사는 두 커플의 심리 상태를 원작의 일부 장면을 잘라 붙여 설명하기도 하고, 인물 해석을 놓고 배우들이 다툼을 벌이는 메이킹 다큐멘터리 형식까지 취한다.

“원작의 인물들까지 포함하면 이번 영화에선 세 커플이 등장하는 셈이다. 이들 커플들을 서로 대비시키되, 거울 앞에 선 것처럼 상대 커플을 통해 자신들을 인식하기도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의미없는 리메이크는 싫다는 원칙의 그가 지난해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스토리나 분위기는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다. 아무래도 한류 열풍 때문에 만들었던 영화니까. 단 원작에선 죽음을 공포스런 상황으로 보는데 난 생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부드럽게 가져갔다.” 인디비전 심사위원이기도 한 그는 “아직 다 보지 못해 기준을 말할 순 없다”면서도 “다른 감독들의 영화를 챙겨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는 것 만큼은 행복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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